경제·금융 금융가

우리銀 "외부추천, 당락에 영향 안줬다"

채용비리 자체감찰 보고서 공개

전·현직 임직원 9명 연루됐지만

합격 여부 미리 알려달라는 수준

금감원은 검찰 통보...은행권 긴장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됐던 우리은행이 내부 자체 감찰 결과 합격 여부나 탈락 사유를 미리 알려달라거나 단순 채용 부탁이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 같은 추천이 지원자의 당락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우리은행 측은 밝혔다. ★본지 10월26일자 10면 참조

30일 우리은행은 ‘2016년 일반채용 관련 특별검사 진행상황 보고서’를 통해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자체 감찰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인사부에 추천 의사를 전달한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은 총 9명이다. A그룹장은 국정원 간부 자녀와 한 대형병원 이사장의 지인 자녀를 포함해 5~6명의 인적사항이 담긴 메모를 채용팀장에게 전달하면서 “합격 여부 및 탈락 사유를 미리 알려달라”고 지시했다. 이 그룹장은 지난 2015년 채용 과정에서도 같은 요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B본부장은 인사부장에게 전화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지원자를 추천하면서 “참 똑똑하니 한번 잘 보라”고 요청했다. 이 본부장은 또 친분이 있던 국기원장 조카가 우리은행에 지원한 사실을 알고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해 채용 진행상황을 알아보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다만 자체 검사 결과 이 같은 추천이 지원자의 당락(當落)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추천인들은 대부분 합격 여부 등을 미리 알고자 하는 차원에서 문의 요청을 해왔고 인사 담당자들 역시 ‘구체적 합격 지시나 합격자 부당 변경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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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은행이 자체 감찰을 통해 의혹 해명에 나섰지만 100%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우리은행의 특혜 채용 의혹을 처음 제기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진상을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며 자체 감찰 결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우리은행 채용비리’와 관련, 우리은행의 자체 감찰 결과를 보고받고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혀 검찰 수사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 의원의 질문에 “(우리은행의) 중간보고를 받고 곧바로 그 자료를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해달라고 통보했다”고 답변했다. 특히 금감원은 은행권 전반에 대한 자체적인 채용비리를 조사해 오는 11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만들 방침이어서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지원자에 대해 합격 여부를 문의하는 것까지 청탁으로 본다면 걸려들지 않을 금융회사가 없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며 초긴장 상태다. 금융회사들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채용 과정을 완전히 뜯어고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필기시험을 부활시키고 채용 전 과정을 외부 기관에 맡기는 채용 쇄신안을 내놓았다.

대다수 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인 2000년대부터 필기시험을 사실상 폐지했으나 객관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고육책을 내놓은 셈이다. 우리은행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공채 때부터 필기시험을 부활시킬 예정이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 금감원, 은행 주요 고객, 은행 전·현직 고위인사의 자녀와 친인척 등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관련 부행장·검사실장·영업본부장 등 3명을 직위 해제한 상태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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