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비리’ 5개월만에 감사 결과 나와
“서울시가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 없이 담당 공무원 재량에 의존해 버스 신설이나 증차를 결정해 왔다. 이 같은 구조는 노선 증차에 따라 회사 수익이 크게 달라지는 수도권 버스회사와 서울시 공무원 간의 유착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공정한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30일 이같은 내용의 ‘도시교통본부 취약분야 특정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경찰 수사를 받던 전·현직 서울시 공무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난 서울시 ‘버스 비리’ 사건 발생 5개월 만에 나왔다.
감사위원회는 우선 지난 2012년 이후의 도시교통본부에서 처리한 인허가, 보조금 지원 업무 등을 짚어봤다. 앞서 경찰은 서울시내 한 버스업체가 불법으로 택시·승용차를 천연가스(CNG) 차량으로 개조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기고 이 과정에서 서울시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경찰 수사 중 중 경기도 버스업체로부터 1억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은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팀장이 지난 5월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이 버스업체는 ‘여의도로 가는 버스 노선을 증차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막강한 서울시 공무원들의 권한. 현행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있는 서울시의 버스 노선과 증차는 인허가 사항이다. 공무원의 인허가에 버스회사의 명운이 달려 있다 보니 항상 유착 가능성이 있었다.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는 2012년부터 올해 4월까지 경기도 등으로부터 서울 진입 노선 신설·변경·증차와 관련한 656건의 협의 요청을 받았다. 서울시가 협의 요청에 동의한 것은 총 1,721대 버스 중 360대(20.9%)에 그쳤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수도권 버스 증차 등과 관련한) 업무 협의 검토 과정을 확인한 결과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고, 결정은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이뤄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위원회는 이 같은 의사 결정 과정이 버스회사와 공무원 간 유착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서울시에 통보했다. 또 협의와 관련한 전결권한을 기존 ‘과장’에서 ‘국장’으로 올리고, 의사 결정의 적정성 검증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버스회사와 협의시 회신기간인 15일도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기에는 비교적 짧은 기간이므로 기간연장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감사로 앞서 서울시가 버스 정책을 짤 때 시민을 참여시키기 위한 ‘버스정책시민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지난해부터 버스 노선 조정 때 단 한차례도 버스정책시민위원회 내 ‘노선조정분과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위원회는 “버스 노선의 단축, 폐선 등 중요 사안은 노선조정분과위 심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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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감사위 ‘버스비리’ 감사 결과
구체적 업무처리 처리기준 수립
결제권을 ‘과장’에서 ‘국장’으로 상향
의사결정 적정성 검증과 책임성 강화
협의시 회신기간(15일)을 연장
노선조정분과위 심의를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