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손쉽게 체크할 수 있는 자가 진단키트가 체온, 혈당 측정을 넘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대장 질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진단법의 불편함을 없애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각양 각색의 진단키트가 개발될 전망이다.
31일 온라인쇼핑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자가진단 키트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지난달 자가진단키트 월 거래량이 지난 9개월 월평균보다 250% 증가했다. 지마켓에서는 에이즈 자가 진단키트가 건강 의료용품 분야에서 판매실적을 기준 5위로 집계됐다. 부산 20대 여성이 에이즈에 걸린 상태로 성매매를 했고 경기도 용인의 여중생이 조건만남 후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게 드러나면서 집에서 쉽게 에이즈 진단을 받는 키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에이즈 진단은 혈액 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반면 자가 진단키트는 윗잇몸의 구강액을 채취해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감염된 후 생긴 항체가 혈액뿐만 아니라 구강 점막에서 분비되는 점액에도 있어 정확도는 높다. 지난 2012년 의사 처방 없이 가정에서 손쉽게 진단 여부 확인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처음 허가돼 판매되기 시작했다.
에이즈 외에 대장 질환 여부를 집에서 쉽게 진단할 수 있는 키트도 개발됐다. 녹십자MS, 래피젠 등에서는 화장실에서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병원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채변 스틱을 변에 찔러 채취한 뒤 검체 기기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검사된다. 대변에 피가 묻어나는지 등 이상 여부를 진단해 추후 병원에서 대장암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한다.
자가 진단키트의 경우 편의성과 익명성 등이 강점이어서 앞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에이즈의 경우 지역 관할 보건소에서 익명으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해 실제로 검사를 받는 경우는 적다. 대장암 또한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가 진단키트가 검사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병원에서만 공급되는 대장 질환자 진단키트가 온라인 중고거래로 거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체외진단 시장은 올해 647억달러 에서 2019년 717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체외 진단 업계의 관계자는 “(현 기술로는) 혈액·분자진단 검사가 정확도 측면에서 높아 자가 진단을 받더라도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혈액·분자진단 검사의 이전 단계로서 정밀 검사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자가 진단키트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