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 레벨3 자율주행자동차가 우리나라에 도입될 예정이다. 레벨3는 제한적 조건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레벨4·레벨5의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도 도입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도입되면 현재 교통사고의 90%를 차지하는 운전자 과실에 따른 사고가 대폭 감소해 도로교통 환경은 더욱 안전해지고 운전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감소하면서 그만큼 삶의 질도 높아진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인간에게 많은 효용을 가져다주리라 전망되지만 막상 인간이 운전대를 잡지 않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술을 마시고 자율주행자동차를 운행하면 음주운전이 될까. 인간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자동차가 도입되면 운전면허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자율주행자동차가 사고를 일으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누구에게 귀속될까. 누가 피해자 보상을 책임져야 하나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도 여전히 사고는 발생하리라. 기술 자체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또는 기술을 이용하는 인간의 부주의 때문에, 기존에는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형태의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만약 사고 대응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주행자동차가 거리를 누빈다면 자율주행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안전하고 편리한 최첨단기술의 집약체가 아니라 인간에게 두려움과 불안을 끼치는 경계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할 이유이다.
제도 정비를 위해서는 자율주행자동차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영역에서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한다. 자율주행자동차를 제작·판매하는 제작사, 통신사업자, 도로관리자, 자율주행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잠재적 구매자, 그리고 자율주행자동차 때문에 사고를 당할 잠재적 피해자 등이 주요 이해관계자이다. 자동차 안전기준이나 도로교통 같은 교통행정 영역,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같은 형사책임 영역,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및 자동차보험 같은 교통사고 민사책임의 영역 등도 고려 대상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영역을 고려해 관련 분야 전반에 대한 전면적·체계적·심층적·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단계가 높아지면 인공지능(AI)이 내리는 판단에 인간의 안전이 좌우되므로 AI의 판단에 적합한 윤리적·철학적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기술적 측면 못지않게 사회적·제도적·윤리적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 같다. 현재 정부와 자동차·정보기술(IT) 업계 및 보험 업계 등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동차는 개개인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므로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공청회와 토론회 등이 꾸준히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