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31일 임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공판관여 업무를 다른 검사로 넘기라는 지시는 검사장의 명확한 위임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위법이므로 지시에 따르지 않았더라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은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원칙’을 규정하던 검찰청법이 지난 2004년 ‘검사는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로 개정된 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검사가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황에서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검찰청의 장(長)의 구체적·개별적 위임이나 직무 이전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한 위임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012년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이던 임 검사는 반공임시특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된 고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법원이 적절히 선고해 달라’는 이른바 ‘백지 구형’을 하라고 지시했지만 임 검사가 무죄 구형을 주장하자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은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넘겼다. 하지만 임 검사는 재판 당일 다른 검사가 법정에 들어오지 못하게 출입문을 잠근 뒤 무죄 구형을 강행했다. 이에 대검 감찰본부로부터 징계 청구를 받은 법무부는 2013년 2월 정직 4월 처분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임 검사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임 검사가 상급자의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 구형을 강행한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만, 정직 4개월 처분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백지구형을 하라는 지시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정한 적법한 의견 진술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이날 선고 직후 임 검사는 기자들과 만나 “검사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용기를 내야 하는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