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중 관계 복원에 따른 손익계산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경제적 이익 위해 국가안보 타협

사드 추가 배치 등 '3불 약속' 족쇄

中, 언제든지 다시 칼 뽑을수도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청와대와 정부의 한중관계 복원 발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중국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올 것이고 중국 시장에서 고통 받던 우리 기업들의 한숨도 줄어들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연속적으로 개최될 것이고 한중 간 다양한 교류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 특히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시 주석이 방한한다면 올림픽 성공을 위해서도 매우 좋은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성과이자 전 정부의 외교적 적폐 청산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한중관계 복원 소식이 반가운 마음 못지않게 우려의 마음도 들게 된다. 두 가지 문제가 특히 걱정된다.


첫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관련 문제의 타협방식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반대를 재천명했고 양측은 ‘군사당국 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요컨대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는 선에서 봉합이 이뤄졌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한국 내 사드 도입은 한국의 방위와 더불어 주한미군 보호를 위한 목적이었다. 이번 합의문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중국이 계속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줬다. 그렇잖아도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성공으로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는 시점에 중국마저 대한민국 안보의 주축을 흔들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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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른바 ‘3불 약속’과 관련된 문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는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이것이 중국과의 합의문에는 ‘중국 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했고 ‘한국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고 표현돼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를 두고 중국에 대한 한국의 ‘3불 약속’이라며 환영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중국과의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약속했는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중국 측의 해석대로 우리 정부가 중국에 ‘3불 약속’을 했다면 이것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외정책, 특히 안보정책을 두고두고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할 것이다.

현 정부가 어떤 대외정책을 이전 정부들과 차별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그러한 대외정책을 이웃 강대국과의 협상에서 약속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다음 정부들도 그러한 약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으로 한미동맹 차원의 주요 결정들에 사사건건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거나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조치 등을 취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앞으로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앞에 사드 도입으로 방어능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우리의 당연한 주권적 권리다. 그런데 이번 중국과의 협상에서 우리는 이웃 강대국의 압박에 못 이겨 주권적 권리를 타협하고 말았다.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패권을 위해 미국의 영향력을 동아시아에서 밀어내려는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사드 보복으로 중요한 전략적 이익을 얻게 됐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중국 관광객 증가와 중국에서의 우리 기업활동 편의라는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요한 국가안보적 이익을 타협했다. 이것마저 중국이 언제든 다시 칼을 뽑을 수 있는 구실을 제공했기 때문에 매우 불확실하다. 우리는 이번 사드 보복 사태를 계기로 중국 파워의 민낯을 봤다. 이는 중국 의존을 줄이지 않으면 계속 부딪치게 될 현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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