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10시간35분을 날아와 한나절을 꼬박 달린 성화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나라’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지난달 24일 고대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평창 성화는 1주일간 그리스 전역을 돈 뒤 평창올림픽 개막을 꼭 100일 앞둔 1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안착했다.
우리 땅에 닿은 평창 불꽃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회 홍보대사 김연아의 손을 통해 우리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민환영단과 함께 성화 인수단을 맞았다. 이 총리는 “올림픽 성화는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의 평화와 번창을 염원하며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내내 타오를 것”이라며 “지난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전 세계가 놀랄 만큼 성공적이었다. 평창올림픽도 멋지게 치러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화는 101일간 계속될 ‘성화 로드’의 출발점인 인천대교로 옮겨졌다. 올림픽 개막일인 내년 2월9일까지 2,018㎞를 달리는 성화봉송에는 총 7,500명이 참가한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남북한 인구를 합한 7,500만명을 상징하기 위해 봉송 참여자를 7,500명으로 정했다. 그러나 북한 일부를 성화가 통과하는 계획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4월까지만 해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지만 이후 핵·미사일 도발 등으로 논의 자체가 어려워졌다.
첫날 봉송 구간은 인천대교에서 송도 달빛축제공원까지 약 20㎞. 피겨 유망주 유영부터 방송인 유재석, 가수 겸 배우 수지, ‘빙속 여제’ 이상화 등 101명이 릴레이를 펼쳤다. 성화는 이날 저녁 다시 안전램프에 담겨 항공편으로 제주로 옮겨가 하룻밤을 묵고 2일부터 제주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봉송에 나선다.
2014 소치올림픽과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실무팀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소치 대회 당시 성화봉송 도중 불꽃이 꺼진 횟수는 최소 44회에 이른다. 특히 2013년 10월 크렘린궁 내 성화봉송 행사에서는 성화가 강풍에 꺼지자 경호를 서고 있던 연방경호국 요원이 다가가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베이징 대회 때는 성화 탈취 시도가 벌어졌고 성화를 보려고 갑자기 몰려든 인파 때문에 성화를 일부러 끄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평창올림픽 성화봉송에는 성화 주자 곁에 항상 성화봉 전문가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성화봉의 상태를 주시하고 점검한다. 혹시나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불꽃 모양이 이상해지면 재빠르게 수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성화봉송 대열의 뒤에는 미니버스가 ‘예비용 불꽃 램프’를 싣고 함께 이동한다. 성화가 꺼지면 곧바로 그리스에서 봉송해온 ‘평창 불꽃’으로 다시 붙여 봉송 레이스가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