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헬스케어 진단·분석장치 개발의 근간이 되는 미세유체역학 분야에서 진전을 이뤄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성형진(사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1월 수상자로 선정된 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체역학 연구는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체역학에 가장 근간이 되는 지배방정식인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은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가 정한 ‘21세기 사회에 가장 크게 공헌할 수 있지만 아직 풀리지 않는 미해결 문제’인 7개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성 교수는 “기존 유체역학 연구는 거시적 유동현상을 규명하고 제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동전 크기의 초소형 미세유체칩에서 극미량 유체 샘플의 유동을 다루는 미세유체역학은 연구활동이 활발해진 것이 15년 정도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0여년간 미세유동, 난류유동, 유체·연성체 상호작용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는데 미세유동과 열·유체·연성체 상호작용까지 규명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유체역학 전반에 걸쳐 다양한 논문을 과학기술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321편이나 발표한 세계적인 유체공학자다. 매년 유체역학 분야의 국내외 학회에 참여하고 세계적 연구팀과 교류하며 ‘International Journal of Heat and Fluid Flow’ 등 다수 해외 저널 편집인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난류·미세유체역학 분야의 선구자로 유체의 유동을 가시화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계측할 수 있는 유동가시화기법을 최초로 개발한 로널드 에이드리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를 롤모델로 꼽은 성 교수는 격의 없는 연구실 토론 분위기 조성에 애쓰는 한편 지도학생들에게 연구주제와 방법을 정하고 탐구한 후 논문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연구목표와 한계는 무엇인지 등 ‘과학자로서 비판적 자세’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微物)에 불과하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우리를 둘러싼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