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으로 내놓은 아이폰X 국내 출고가가 역대 최고인 160만원대(256GB 기준)로 책정됐다. 애플 제품은 충성고객층이 두텁지만, 스마트폰 상향 평준화 및 중저가 제품의 잇따른 출시로 ‘실속형’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 코리아는 1일 아이폰X 국내 가격은 64GB 모델이 142만원, 256GB 모델이 163만원으로 책정됐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지금까지 람보르기니폰(270만원)과 같은 특정 계층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한정판) 제품을 제외하고는 역대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높다. 이는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한달 동안(일요일 제외)하고 매일 8시간 쉬지 않고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비교해보면 램(RAM) 등 일부 부품 사양은 오히려 더 낮지만, 64GB 모델(갤노트8 109만4,500원)은 32만5,500원, 256GB모델(125만원)은 40만원 더 높다. LG G6 32GB(81만9,500원) 모델은 두 개를 구입할 수 있다. 국가별 출시가격을 보더라도 한국은 일본 보다 36만원(256GB 기준), 미국보다 35만원이 더 높아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아이폰X가 팔릴 전망이다.
업계의 관심은 어느 정도의 충성고객들이 아이폰X에 지갑을 열 것인가다. 소비자들은 그간 ‘100만원’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올 상반기 갤럭시S8(128GB)이 115만5,00원이라는 높은 출고가에도 큰 인기를 누리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무력화 했고, 갤럭시노트8 역시 역대 최고 예약 판매량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원금 대신 받을 수 있는 25% 요금할인 영향이 컸다. 갤럭시노트8의 경우 125만원에 육박했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6만~7만원대 요금제 기준 2년간 39만~46만원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실구매 금액은 100만 원 이하였다.
아이폰X의 경우 제품 가격은 더 치솟았지만 지원금은 턱없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7일 예약판매에 들어간 아이폰8의 경우 최고가 요금제 기준 10만원 초반대의 지원금이 책정되는데 그쳤다. 지원금보다 유리한 25% 요금할인을 선택해도 실 구매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긴다. SK텔레콤 기준 256GB 모델을 구매해 7만원대 요금제를 2년간 사용해도 소비자가 내야 하는 금액은 117만4,000원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X의 경우 삼성폰 사양과 비교할 때 왜 이렇게 높은 가격이 책정됐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애플측이 한국의 고정 수요층의 구매력만 너무 믿는 것인지 아니면 가격만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뜻인지 알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애플 고객의 경우 아이폰8 대신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이라는 의미가 담긴 아이폰X을 구매하는 수용는 있겠지만 노트북PC인 애플 맥북과 맞먹는 160만원에 달하는 고가가 자칫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애플 신제품의 3차 출시국인 한국의 아이폰X 출시는 애초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예상됐으나 핵심부품 공급난으로 내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