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제주시 노형동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의 분양형 호텔과 레지던스는 최근 매일 10건 안팎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관계자는 “지난 4월 분양 초기 사드 사태가 터져 난항을 겪었으나 한중관계 정상화 기미가 보인 최근 1주일 사이 분양계약은 사업 초기보다 3배 정도 많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지하 6층~지상 38층의 총 1,600실, 연면적 30만3,737㎡의 대규모 리조트로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 녹지그룹 자회사인 ‘그린랜드센터제주’가 참여해 중국인 관광수요 및 직접투자 가능성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아직까지 중국 자금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본격적으로 복귀한 것은 아니지만 조짐은 감지되고 있다. 중국 부호들을 상대로 사업에 나섰다 사드 직격탄을 맞은 서울 잠실의 주거용 오피스텔 ‘롯데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도 양국 관계 정상화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롯데월드타워 지상 42~71층에 들어서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3.3㎡당 약 7,50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시설이다. 분양 관계자는 “한 층을 통으로 매수하겠다는 의향을 보인 중국인이 있는 등 중국 자산가들의 관심은 여전히 많다”면서도 “자금이 넘어올 수 없어 규제가 풀리기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관광 업계의 분위기도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3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이후 휴업 또는 폐업을 결정한 중국 전담 여행사들은 다시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H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의 금한령(禁韓令) 조치 이후 6개월 넘게 중국 담당 부서를 없애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 관광객 유치에만 집중해왔다”며 “한중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만큼 다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위한 전담부서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여행사의 경우 직원들을 현지에 급파해 동향 파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관광공사와 국내 다수의 호텔들도 중국 단체관광객을 겨냥한 상품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 업계의 중국 투자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차이나머니의 경북·대구 지역 투자를 불허하는 등 냉각됐던 중국 관련 투자가 회복될 조짐이다. 중국 장시성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대성자산운용은 사드 이후 9월1일로 예정됐던 자금 모집을 늦춰왔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규엽 대성자산운용 대표는 “사드 이슈가 불거지고 나서는 중국 정부에서 비자조차 발급해주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얼마 전 중국에서 현지 고위급 관계자 10여명과 2시간 반 동안 회의하면서 사드 이슈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고 매우 적극적인 태도였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대성자산운용은 26조원 규모의 장시성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1조7,000억원 규모의 출자자격을 획득해 국내에서 자금을 모을 예정이다.
사드 보복 조치가 풀리며 사업 재개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중국에서 펀드를 만들어 활동해온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에서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피해가 적었지만 중국 내 투자 파트너들이 주저하고 출자를 꺼렸던 게 사실”이라며 “올봄에 쓰촨성 청두 사무소를 개소하고 간판도 못 달았다는데 분위기가 바뀌면 간판부터 달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중국 지급결제회사의 한국 내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은행과 카드사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중국인들이 국내 가맹점에서 간편결제나 카드결제를 할 때 대금 정산이나 전표 매입을 대행해주는 금융사들은 다시 한번 가맹점 확대 영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을 계속 확대해나가다가 잠시 위축돼 있었는데 다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도 “내부 인프라 구축을 끝마쳤고 대형 가맹점 영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드 피해를 극심하게 입었던 명동도 변하고 있다. 명동거리 뷰티 상점마다 중국어 가능자를 뽑는 구인공고가 다시 붙고 있다. 중국인 점원 김모(30)씨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 매장에 손님이 늘면서 아르바이트생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 더샘 화장품 매장은 이달에만 두자릿수의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했다. 화장품뿐 아니라 의류·액세서리 매장들도 구인광고를 붙였다. 면세점 업계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주요 매장마다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줄이 길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이완기·나윤석·변수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