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설정 스님은 “불교를 불교답게 만들고, 종단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설정 총무원장은 취임사에서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려면 화쟁(和諍·대립을 벗어나 소통을 통해 통합을 지향하는 불교 사상)과 중도 사상이 필요하다”며 “여러 문제로 갈등했던 분들과 대화합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 실행에 옮기겠다”고 전했다.
이어 설정 스님은 “선거 과정에서 비판이 제기되며 종도와 국민에게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것은 모두 저의 부덕과 불찰에서 비롯됐다”며 “다름은 틀림의 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대탕평(大蕩平)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수행 가풍과 승풍(僧風) 진작, 대중공사에 기초한 종단 쇄신 등을 핵심으로 한 10가지 정책 기조도 공개했다.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축사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제나 서로 다른 종교인들의 우정 어린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설정 총무원장이 ‘잘하고 있는 건 더 잘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바꿀 것은 과감히 바꾼다’는 약속대로 나아가면 한국 불교가 우리 사회와 민족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의 입법기구인 중앙종회 의장 원행 스님은 “고희(古稀)를 넘긴 설정 스님이 종단의 중책을 맡은 것은 불교다운 불교, 존경받는 불교, 신심 나는 불교를 위함”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법회에는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과 한국이슬람중앙회 이주화 이맘 등 이웃 종교인을 비롯해 정세균 국회의장, 정갑윤 홍문표 의원 등 국회 정각회 회원, 하승창 대통령사회혁신수석비서관,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김종진 문화재청장 등 약 1만5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회에 참석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설정 스님에게 직접 꽃다발을 건네며 합장을 했다.
한편 덕숭총림(수덕사) 방장이던 설정 스님은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73.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임기는 4년이다. 충남 예산에서 출생한 설정 스님은 덕숭총림 3대 방장을 지낸 원담 스님을 은사로 14세에 출가했으며 1994∼1998년 중앙종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