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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참 좋은 사람’ 김주혁, 이제 정말 떠나보내야 할 시간

뿌옇게 흐린 하늘마저 슬퍼하는 듯했다. 세상에 슬프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故 김주혁의 마지막은 사람들에게 있어 더욱 슬프고 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김주혁의 영결식과 발인식이 2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발인식은 당초 오전 11시로 예정됐었으나, 영결식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면서 20분 이른 10시 40분께 이뤄졌다.




/ 사진=조은정기자/ 사진=조은정기자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지난달 31일 연인 김주혁의 빈소가 정해진 직후부터 자리를 지켰던 이유영에서부터 소속사 나무엑터스 소속 배우인 이준기와 문근영, 도지원, 유준상, 김지수, 천우희와 이윤지, 평소 친분이 있던 황정민, 정진영 조연우, 박건형, 오지호, 그리고 함께 예능호흡을 맞췄던 ‘1박2일’ 유호진 PD, 차태현, 김준호, 김종민, 데프콘 등이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김주혁의 사망 소식은 거짓말처럼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김주혁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경. 김주혁이 몰던 벤츠 SUV가 그랜저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고 나서 인근 아파트 벽면에 부딪친 뒤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당시 차량에는 동승자 없이 김주혁 혼자 탑승한 상태였다. 119 대원들이 김주혁을 구조해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며 인근 건국대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오후 6시30분쯤 끝내 눈을 감았다.

2017년은 김주혁의 연기인생에 있어 뜻 깊은 한해였다.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공조’를 통해 악역으로 변신해 호평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tvN 드라마 ‘아르곤’에서 정의감 넘치는 기자 김백진을 연기하면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극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주혁의 ‘기분 좋은 날’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르곤’으로 찬사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27일 ‘더 서울어워즈’에서 영화 ‘공조’로 남녀조연상에 오르며, 데뷔 20년 만에 영화로서 상을 받았던 것이다.

“영화로 첫 상을 받는다”며 당시 수상소감을 말했던 김주혁은 “올해로 연기한지 20주년이 됐는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 ‘공조’에서 악역을 맡았는데, 항상 해온 역이 로맨틱 코미디라 악역에 갈증이 있었다. 이 상은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주신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이후에도 김주혁은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었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 ‘흥부’가 개봉을 앞두고 있었으며, 최근까지 영화 ‘독전’에서 하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독전’이 끝나고도 김주혁에서는 ‘휴식’이 없었다. 영화 ‘창궐’ 촬영도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바쁘게 연기하는 것은 김주혁의 뜻이었다. ‘아르곤’이 끝나고 진행됐던 인터뷰에서 김주혁은 하고 싶은 일로 연기를 꼽았었다. 당시 그는 “촬영이 끝나고 나니 공허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쉬면서 지냈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고, 최대한 무엇인가를 놓고 움직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보는 사람조차 기분 좋게 만드는 미소였기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멀지 않은 미래에 그의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인터뷰를 진행한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먼저 하늘로 가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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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인사도 채 건네지 못한 채 김주혁을 떠나보낸 연예계는 비통에 빠졌다. 생전 그의 따뜻했던 성정을 대변하는 듯, 그의 마지막을 애도하는 동료 배우들과 연예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을 하지 못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지난 2월 16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선보인 디지털 단편 영화 ‘장옥의 편지’를 통해 故김주혁과 인연을 맺었던 일본 영화의 거장 이와이 슌지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배우 김주혁씨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믿기지 않습니다. 촬영현장에서의 그의 아름다운 연기가 떠올라 슬픔을 금할 수 없습니다”라며 한국어로 추모의 글을 남겼다. 그가 김주혁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추모였던 것이다.

김주혁의 사전에는 지각이라는 것이 없었다. 농땡이 한 번 피우는 법 없이 늘 누구보다 먼저 와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후배들 앞에서 무게를 잡기 보다는 ‘꼰대가 되기 싫다’며 스스로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가 됐던 김주혁.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늘 바른 자세를 보여주려고 했던 김주혁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참 좋은 사람’이었기에 하늘이 먼저 데리고 간 모양이다. 김주혁은 2일 발인식을 끝으로 세상에서 보낸 소풍을 모두 마쳤다. 이제 정말로 그를 떠내보낼 때가 왔다.

한편 김주혁의 장지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로리 가족 납골묘로 정해졌다.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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