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안전평가·공사자료도 없는 '철원 사격장'

시공계획·공사주체·시공사 등

국방부에 관련기록 하나도 없어

안전평가 자료도 단 3건 불과

군인권센터가 제6사단 77포병대대 사격지에서 전술도로 방향으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피격지점과 사격지 간 거리는 340m에 불과했다. /사진제공=군인권센터군인권센터가 제6사단 77포병대대 사격지에서 전술도로 방향으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피격지점과 사격지 간 거리는 340m에 불과했다. /사진제공=군인권센터


전술도로와 인접한 지점에 자리해 장병을 사망하게 한 제6사단 77포병대대 사격장을 어느 시공사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지었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국방부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방부에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에서 국방부는 “부지선정 문서와 시공계획, 공사주체 및 시공회사에 관한 기록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며 “근무자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사망 장소인 전술도로의 공사 시기와 계획, 사용 목적에 관한 기록도 일체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자동화사격장은 일반 병사들이 지을 수 없어 민간업체가 공사를 맡아야 하는데 전술도로와 인접한 지점에 사격장을 지은 주체와 경위가 전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 9월26일 강원도 철원 육군 6사단 19연대 1대대 소속 이모(22) 일병은 사격장 뒤로 난 전술도로를 이용해 부대로 복귀하다 유탄에 맞아 사망했다. 국방부 조사에 따르면 이 일병이 사망한 전술도로는 사격장 발사 지점에서는 340m, 방호벽에서는 불과 60m 떨어져 있어 사람이 맞을 가능성이 높았다.


군사기지법 제5조에 따르면 사격장 가장 바깥의 경계선에서부터 1㎞ 이내 지역은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이는 반경 1㎞ 안에 민가나 전술도로가 있는 곳에는 사격장이 들어설 수 없다는 뜻이다. 문제가 됐던 전술도로는 사격장이 들어서기 전부터 있었던 터라 처음부터 사격장이 들어서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방부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누가, 왜 이런 구조로 사격장을 설계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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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장 안전평가자료도 부실했다. 육군규정에는 군 시설 내 사격장 안전 평가를 6개월에 1회 이상 실시하도록 돼 있다. 2000년 4월에 지어진 해당 사격장은 지금까지 최소 30회 이상 안전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육군은 2014년과 2015년, 올해에 각각 1회씩, 총 3회의 평가기록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격장을 처음 건설할 때 진행한 안전평가 문서는 아예 없었다. 사격장 점검 및 관리도 2012년부터 올해까지 42회 실시하고 기록했지만 하자를 보수한 이력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나태종 21세기군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해마다 자동화사격장 유지보수를 위해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기 때문에 기계 구입비, 안전평가 순찰, 유지보수, 관리기록이 모두 있어야 한다”며 “기록이 없다면 관리부대가 임무를 소홀히 했거나 상급부대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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