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한 인물 면면을 보면 삼성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인재들이다. 사장 승진자 평균 나이는 55.9세로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은 54세로 이번 사장 승진자 가운데 가장 젊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4명 사장 승진=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4명(진교영·강인엽·정은승·황득규)의 사장이 나왔다. ‘실적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 인사의 신상필벌 원칙이 고스란히 적용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한꺼번에 4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메모리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진교영(55) 신임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1997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입사해 메모리 반도체 기술 개발에 매달려 왔다. 2004년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가 80나노(㎚·1㎚=10억분의 1m) 공정 개발을 이끌었다. 삼성전자가 현재 ‘마의 벽’인 10나노 공정에 진입하는 밑바탕을 깔았다. 2011년 전무급 연구위원 시절에는 삼성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임직원에 부여하는 ‘삼성 펠로우’에도 선정되는 등 D램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2010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강인엽(54) 시스템LSI 사업부장은 퀄컴에서 3세대(3G)와 4G 관련 칩 개발에 참여한 모뎀 분야 전문가다. 정은승(57)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장은 18나노 D램과 64단 V낸드 등 현재 삼성 반도체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고 황득규(58) 중국삼성 사장은 시안 반도체 단지 설립을 기획했다.
◇사상 첫 외국인 사장 탄생=최초의 외국인 사장도 배출됐다. 팀 백스터(56) 북미총괄 사장으로 전자업계 최대 격전지인 북미 시장에서 스마트폰·생활가전 판매를 12년째 진두지휘하고 있다. AT&T와 소니를 거쳐 2006년 상무급으로 삼성에 합류한 백스터 사장은 입사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고 2012년 외국인 직원으로는 최초로 부사장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뉴베리에 추진하고 있는 생활가전 공장 건설도 백스터 사장이 주 정부와 막후 조율 역할을 했다.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후임자로 낙점된 노희찬(56) 사장은 삼성 내 재무관리 전문가로 꼽힌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노 사장은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경영지원실 지원팀장 등을 거쳐 2015년 말부터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다.
소비자가전(CE) 부문장으로 승진한 김현석 사장 후임의 한종희(55)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은 1988년 영상사업부 개발팀으로 입사해 지금은 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정통 엔지니어다. 개발팀장 출신으로 사업부장이 된 김현석 CE 부문장의 코스를 밟고 있다.
권오현 회장이 겸직하던 삼성디스플레이 수장에는 이동훈(58) 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디스플레이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삼성전관 입사 후 삼성SDI 브라운관사업부 마케팅팀장, 삼성디스플레이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지냈다. 2015년부터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부장을 맡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전용배(55) 삼성벤처투자 사장은 삼성 미전실과 삼성생명·삼성화재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4차 산업혁명 R&D 전담 ‘삼성리서치’ 발족=삼성전자는 이날 인사와 함께 세트(완제품) 부문의 선행 연구를 담당하는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삼성 리서치’를 발족하기로 했다. 삼성리서치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보안 등의 선행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조직으로 보면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24개 연구거점과 2만여명의 인력을 관할해 명실상부한 연구개발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연구소는 부사장급으로 운영돼왔지만 삼성리서치는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된다. CE 부문장인 김현석 사장이 연구소장도 맡는다.
/한재영·신희철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