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하기 전의 생활에 대해 “난 현대판 노예 같았다”고 말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실상을 증언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태 전 공사는 2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들들은 나 같은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망명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아들들이 오랫동안 자유를 꿈꿔왔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면서 “내가 (망명하겠다는) 결심을 얘기했을 때 아들들이 굉장히 기뻐했고 자유를 얻게 된 것을 정말로 감사히 여겼다”고 소개했다.
태 전 공사는 영국에 머무를 당시 자신의 업무를 “영국과 미국·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고하는 것”이었다고 소개하며 “하지만 이런 일들을 보고할 때마다 언제나 체제와 정권에 대한 일련의 충성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압박과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옵션 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대해서는 “어떤 종류의 핵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필요하다”고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함이 어느 정도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다만 ‘화염과 분노’ 같은 수사를 사용한 데 대해 “그런 종류의 수사를 교환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북한을 향해 정책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아울러 미국과 서방이 최대한의 압박과 경제제재를 계속 유지하면서 동시에 대화 재개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북한에 인식시켜야 한다”며 “지금의 방향을 유지하면 파멸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고위층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자신의 무자비함을 드러내 모든 이가 자신을 두려워하게 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서는 “김정은 정권의 공포 통치에도 (북한 내부에) 중대하고 예측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주민 봉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