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SBS 파일럿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이하 ‘블랙하우스’)가 첫 방송됐다. 이날 ‘블랙하우스’는 고(故) 유병언 회장의 장남 유대균과의 대담과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상태, 마지막으로 타일러, 알파고와 함께 쿠르드 분리독립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블랙하우스’였다. 팟캐스트 등의 언더그라운드 정치, 시사분야의 절대강자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김어준의 첫 지상파 진출작이자, 세월호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세모그룹 故 유병언 회장의 장남 유대균과의 단독 인터뷰가 공개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유대균을 만나기 위해 직접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유대균을 만난 김어준은 유병언 일가를 둘러싼 의혹들을 되짚으며 석연치 않은 유병언의 사망 미스터리를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국정원에 쏠리는 관심을 돌리기 위해 유대균이 이용된 것 같다는 의혹을 쏟아내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 선 유대균 또한 김어준의 질문에 성실하면서도 솔직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유대균은 먼저 유병언의 죽음과 관련해 “아버지가 자연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망 당시 관리를 엄청 잘하셨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역대로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했다”며 “아버지가 금수원에서 나가면 본인이 죽을 거라는 직감도 하셨다. 아버지는 금수원을 나가면 그들이 표적이 돼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예상을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유대균은 세월호와 관련된 청해진 해운 실제 경영자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유대균은 “청해진 실제 주인이 누군지 나도 모르겠다. 나는 10년 동안 간 적이 없다. 아버지도 방문한 바 없다”며 “나에게 세월호 관련 수사를 한 적이 없다. 판결문 자체에도 세월호에 세 자가 없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 같은) 이런 슬픈 일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어떤 의도에서 왜 죽었는지 밝혀져야 된다. 그 전까지는 제가 한국에 있어봤자 거짓말 재료로 쓰일 뿐”이라고 말했다.
‘블랙하우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정지척 사회적으로 민감했었던 ‘박근혜 5촌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다뤘다.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은 지난 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수, 박용철이 북한산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이다. 박용철에게서 검출된 약물, 박용수에게도 약물 발견, 박용수의 몸에서 발견된 설사약, 범행동기와 자살의 이유가 없는 유서, 박용철의 경호원 황모씨 출소 후 라면 먹다 의문사 등 현재까지도 사건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밝혀진 바 없는 사건 중 하나이다.
이 같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과 관련해 김어준은 사건의 핵심을 간략하게 설명한 뒤 의혹과 증거들이 가리키고 있는 바는 분명하지만, 왜 여전히 해당 사건이 해결되지 못한 이유도 함께 이야기했다. 이와 동시에 ‘블랙하우스’는 관련자 진술을 듣기 힘든 까닭과 그럼에도 확보된 새로운 목격자 진술도 공개했다.
‘블랙하우스’는 단순하게 국내의 시사, 정치에 대해서만 다룬 것이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신 건강 상태를 점검함과 동시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 것이다. 미국 정신전문가들이 분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를 공개한 ‘블랙하우스’는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내한 안내서 작성까지 완성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접근은 흔히 우리가 말을 하는 ‘보수VS진보’가 아닌 ‘정치VS심리’를 떠올리게 하면서 블랙코미디의 여운을 진하게 남겼다.
마지막으로 ‘블랙하우스’는 미국인 타일러 라쉬와 터키인 알파고 시나씨가 출연해 쿠르드 분리독립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해외 시사에 대해 다루면서 신선함을 전해주었다. 특히 김어준은 타일러에게 기습적으로 “다스(DAS)는 누구겁니까”라고 질문을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는 이명박 일가에게 다스 실소유주를 질문하는 유행어다. 타일러가 이를 이해하지 못하자 김어준은 “정규편성 될 때까지 공부해오라”고 말하면서 웃음과 동시에 ‘정규편성’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방송직후 ‘블랙하우스’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무려 ‘그것이 알고싶다’를 결방하면서까지 ‘블랙하우스’를 선보인 SBS의 파격적인 편성이 통한 것이다. 다룬 ‘블랙하우스’는 그동안 알고 싶고 또 묻고 싶었지만, 사회적,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보니 쉽사리 다루지 못했던 소재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물론 이들이 던진 모든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이 부족하다보니, 떡밥만 던진 듯한 아쉬움은 존재했다.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또 그 위에 다른 의혹들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다보니 속도가 빠르다는 아쉬움도 존재했다. 하지만 넘치는 취재력과 더불어 성역 없는 소재들은 ‘시사, 정치 문제를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 짚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블랙하우스’의 신뢰도를 높였으며, 앞으로 펼쳐질 ‘블랙하우스’를 기대케 했다. 다른 시사, 정보 프로그램과 차별화 된 독특한 성격 또한 ‘블랙하우스’를 보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렇기에 정규편성에 대한 요구가 끝이 없다. 과연 ‘블랙하우스’는 정규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5일 11시 15분에 방송되는 ‘블랙하우스’ 2부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