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신작 아이폰8이 국내에서 찬밥 신세다. 일부 유통망에서 불법 보조금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개통률은 전작 아이폰7과 비교하면 60~70% 수준에 불과하다. 출시하자마자 ‘대란’을 일으켰던 아이폰6 때와 비교하면 초라한 초반 성적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정식 출시된 아이폰8은 이틀 동안 약 14만대가 개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통 3사 번호이동 건수는 3일과 4일 각각 3만3,212건, 2만8,602건으로, 총 6만1,814건에 그쳤다. 이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6만2,925건)이나 갤럭시S8(6만9,288건), 아이폰7(6만2,972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통사별 가입자 변동 현황을 보면 이틀간 SK텔레콤과 KT는 각각 162명, 48명 순감했고 LG유플러스는 210명 순증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출시 이전부터 감지됐었다. 이전 제품들은 이통사들의 개통 행사 하루 전부터 줄을 서서 밤을 새는 등 구매 열기가 뜨거웠지만, 올해는 행사도 조촐하게 진행됐다. 애플 유통매장인 프리스비 명동점 앞에 개점 1시간 전인 오전 7시께부터 줄이 늘어나긴 했지만 출시 전날부터 대기표를 받던 전작들과는 확연히 비교됐다. 유통망 한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이 전작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아쉬운 반응들이 많았다”며 “비싸긴 하지만 아이폰X을 기다리는 대기수요도 있어 역대 제품들에 비해 확실히 인기는 떨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유통망에선 불법 보조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부 온라인 유통망과 집단상가에서는 번호이동과 선택약정을 조건으로 아이폰8 64GB(출고가 94만6,000원) 실구매가가 4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고 50만원에 달하는 불법 보조금이 지급된 셈이다. 갤럭시노트8과 V30는 최저 20∼30만원대에도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 관계자는 “높은 가격과 해외에서 발생한 스웰링(배터리 팽창) 현상, 아이폰X 대기수요 등이 맞물려 이전보다 못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제품 국내 출고가는 아이폰8 64GB 94만6,000원, 256GB 모델 114만2,900원이다. 아이폰8 플러스는 64GB 모델이 107만6,900원, 256GB 모델이 128만3,700원이다. 이통3사는 아이폰8 시리즈에 전작과 비슷한 수준인 최고 12만원2,000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