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112조원 빅딜說…브로드컴, 퀄컴 품나

매출규모 세계 3·4위 결합

성사 땐 사상최대 IT M&A

"오늘 합병계획 발표" 전망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보기술(IT) 분야의 최대 ‘빅딜’이 성사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1,000억달러(111조5,500억원)에 퀄컴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브로드컴이 주당 약 70달러에 퀄컴을 인수하는 제안서를 놓고 자문단과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최종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퀄컴과 브로드컴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외신들은 이르면 6일 중에 합병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브로드컴은 세계 4위, 퀄컴은 3위 기업으로 양사 간 거래가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와 인텔 다음으로 큰 반도체 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거래 규모도 지난해 9월 마무리된 델과 EMC 합병(670억달러·약 75조원)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IT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퀄컴은 이동통신 칩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 브로드컴은 무선랜·블루투스·위성항법장치(GPS) 시장에서 각각 강점을 갖는다. 퀄컴은 애플의 아이폰 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최근 몇 년 새 모바일용 칩 시장 선두로 올라선 만큼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모바일칩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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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의 특허료 분쟁으로 위기를 겪는 퀄컴에서도 이번 M&A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브로드컴은 퀄컴과 달리 애플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애플과의 분쟁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내년부터 퀄컴 대신 인텔 등 다른 회사의 칩을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인수 추진 소식에 퀄컴 주가는 전날 뉴욕 증시에서 장중 19%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브로드컴 주가도 5.5% 뛰었다.

다만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술 등에서 두 회사의 사업 분야가 중첩되는 만큼 반독점당국이 개입할 여지도 남아 있다.

한편 이번 인수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로드컴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가 퀄컴의 불공정거래 과징금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브로드컴에 퀄컴을 인수하도록 귀띔했다는 것이다. 이번 거래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인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로드컴이 싱가포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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