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부터 시작된 일본 방문에서 이른바 ‘아베 독트린’으로 불리는 인도·태평양전략을 새로운 대아시아 외교전략으로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 양국은 아울러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긴밀한 공조를 확인하며 동맹국으로서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찰떡궁합’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6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가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전략’을 공동 외교전략으로 발표하기 위해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도쿄도 요코타 미군기지에 도착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축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혀 양국의 합의가 가까워졌음을 시사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 2일(현지시간) 순방 전 브리핑에서 호주·동북아·인도에 이르는 지역을 지칭할 때 기존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이라는 명칭 대신에 ‘인도·태평양(Indo-Pacific)’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인도·태평양 외교전략’은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인도·호주 등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등 공통의 가치관을 가진 나라들과 연대하자는 것으로 아베 총리가 2013년 1월에 처음으로 거론한 뒤 지난해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구체화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007년 1차 내각 당시에도 “태평양과 인도양의 결합”을 언급하며 이 같은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아베 총리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는 형태로 새로운 대아시아 외교전략을 내놓는 것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등을 잇는 ‘일대일로’ 구상을 실현해나가며 이 지역에서 급격히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미국의 외교정책 중심을 중동·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온다는 전략)’ 전략을 폐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중국에 맞서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미일 정상은 또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압박 조치에 대한 공조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도쿄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평화 정착 문제가 한중일 회담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일 양국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거주 중인 미국인과 일본인을 대피시키는 조치를 정상회담 의제로 올린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는 자국민 보호조치를 논의한다는 차원을 넘어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조치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초강경 메시지를 북한 눈앞에서 던지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이 무역 불균형 등 경제문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과 미일 정상회담이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는 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측은 자동차 비관세장벽 완화, 쇠고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철폐 등 미국의 대일무역 적자 개선안을 내주는 선에서 논의가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FTA 협상 개시를 요구하는 등 ‘돌발 발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