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에 출범할 예정인 해양진흥공사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선박 매입자금 보증부터 선주업(선박 취득·임대)까지 여러 기능을 무리하게 합치려다 보니 오히려 해운업 지원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양진흥공사에 편입되는 해운보증보험은 다른 산업과 겸영을 금지하는 보험업법에 따라 신규 보험 계약 업무를 중단하고 보증 기능만 남는다. 이 때문에 공사 설립 초기에는 보험(기존 계약물량)업과 선주업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고 그 이후에는 해운업을 지원할 수단 중 하나인 보험 기능을 잃는다는 것이다.
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한국해양보증보험과 한국선박해양까지 흡수해 선박·터미널 투자와 보증 등 해운 산업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갖는다. 정부는 공사 설립의 근거가 될 ‘한국해양진흥공사법안’을 연내 통과시키는 등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하지만 서둘러 추진되는 데 따른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경영이 어려운 해운사의 선박을 사들여 다시 빌려주는 선박해양과 선박구입 시 부도 위험이 높은 후순위 투자에 보증을 제공해 원활한 자금유치를 돕는 해양보증보험의 통합이 대표적이다. 해양보증보험은 금융위원회로부터 보증보험 업무를 인가받은 보험사다. 보험업법에 따라 다른 업무와 겸영이 제한돼 현 상태로는 선박해양과 통합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에 대해 민간보험 형태의 해양보증보험을 해산한 뒤 해양진흥공사로 순수한 보증 업무만 가져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의 한 관계자는 “기존 보증보험에 가입된 건은 공사가 한시적으로 업무를 승계하거나 가입자 동의를 거쳐 보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선박금융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손실을 모두 떠안는 보증과 손해율만큼 보상하는 보증보험은 아예 다른 상품”이라며 “무리한 합병으로 공사의 보험 기능이 사라지면 지금처럼 선박해양과 해양보증보험을 키워 각각 지원할 때보다 역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보증업무는 이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국책은행 등 여러 정책금융기관도 수행 중이어서 (공사의 보증으로) 해운 업계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성격이 다른 두 업무를 함께하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선박금융에 정통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해양진흥공사의 선주 기능이 부실선사 지원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선박임대업까지 확장되면 보증 여력이 줄어들고 기존 선사의 영업도 침해할 수 있다”며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제도적 장치를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로 일부에서는 해양진흥공사를 주식회사가 아닌 기금 형태로 만들어 보증보험과 선주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검토과정에서 백지화됐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해양보증보험이 사실상 보증업무 위주여서 공사로 통합해도 큰 차이가 없다”며 “선주업무도 해운사 지원을 위한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임대) 형태만 이뤄지므로 시중의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임진혁·강광우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