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K-뷰티’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중국 뷰티 시장을 선도하는 90년대생들, 이른바 ‘지우링허우’들의 뷰티 습관이 달라지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마스크팩·에센스’와 같은 기초 화장품에서 색조화장품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기초 화장품은 품질과 브랜드가 중요하지만 색조화장품은 제품 패키지 디자인, 색다른 기능 등이 중시되면서 국내 후발 및 중소형 K-뷰티 기업들의 도약 가능성도 예상된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한국을 방문한 ‘왕홍(중국 SNS 스타)’ 18명에게 한국 화장품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해당 설문에 참여한 이들 왕홍들은 SNS 평균 팔로워 수가 200만 명에 이르는 스타급 개인방송 운영자들이다.
우선 ‘한국의 대표화장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문(중복 응답)에서 18명 가운데 14명이 쿠션 팩트와 비비크림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기초화장품 또는 마스크 팩이라고 답한 비율은 18명 가운데 5명에 그쳤다.
왕홍들의 이 같은 인식은 최근 중국 뷰티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메이크업 서비스 모바일 앱이 최근 발표한 ‘지우링허우 뷰티 소비 습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품목 가운데 기초화장품 관련 비중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줄어든 반면 메이크업 제품은 같은 기간 29%에서 44%로 급성장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에서도 뷰티 제품 가운데 지난해 연 매출 상승률이 높았던 품목은 립 메이크업(120%), 남성메이크업, 메이크업 도구 등의 순이었다. 티몰의 지난해 미용 소비자들 가운데 90년대생 이후 출생자 비중은 51%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무게중심이 기초 화장품에서 색조로 옮겨 오게 되면서 브랜드보다는 제품이 중요해졌다. 제일기획 자회사 펑타이가 지우링허우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7%가 브랜드가 아닌 제품 자체를 본다고 답했다. 이들은 화장품을 구매할 때 뷰티 서비스 앱이나 왕홍 그리고 지인을 통해 제품을 추천받고 구매한다고 답했다.
색조 화장품이 대한 관심도 높아 지면서 전통적으로 인기를 끌어온 브랜드 뿐 아니라 비교적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덜 받았던 브랜드들도 새롭게 뜰 조짐을 보인다. 실제로 왕홍들은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에 대해 ‘설화수’와 ‘후’ 다음으로 애경의 ‘AGE 20‘s’를 꼽기도 했다.
바뀌는 중국의 뷰티 트렌드에 국내 화장품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 관계자는 “유커들이 다시 한국을 찾아도 이전과 같은 구매패턴을 보일지는 모른다”며 “중국 법인에서 중국인들의 한국 화장품 구매 성향을 꾸준히 모니터링 해오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트 쿠션’ 상품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팩 이후에 쿠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언제 쿠션의 유행이 시들해질지 모른다”며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원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히트 상품을 끊임없이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