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정두환의 집과사람] 고위 공무원이 집값 상승 주범이어서야

1급 이상 공직자 40%가 '다주택자'

잉여주택·오피스텔 임대 신고 의문

고위 공직자가 먼저 주택 처분 안하면

文정부 부동산 정책 국민 신뢰 못얻어





지난 6월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의 수장을 맡은 김현미 장관은 취임식에서 강남권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했다. 지난 8·2 주택시장 안정 대책과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 역시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稅) 부담 강화, 대출 규제였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타깃이 다주택자의 투기수요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참 곤란하게 됐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정조준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가 그 타깃이니 말이다.

지난 3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를 통해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사항에 따르면 올해 7월 임명된 문재인 정부 장·차관급 26명 중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박능후(보건복지)·송영무(국방)·강경화(외교)·유영민(과학기술정보통신)·김영록(농림축산식품)장관이 다주택자 리스트에 올랐다. 김 부총리만 해도 서울 강남과 분당신도시에 각각 한 채의 아파트를 소유 중인 것으로 신고했다. 앞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인사혁신처가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1급 이상 공직자 655명에 대한 재산등록에서도 40%가 넘는 275명이 다주택자라고 한다.


사실 여러 주택을 보유한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 될 것 없다. 열 채든 스무 채든 소유 자체를 법으로 제한하는 어떠한 규정도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고위공직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가 직접 다주택자를 향해 “내년 4월 이전에 집을 파시라”고 대놓고 충고하지 않았던가. 부의 대물림을 비판하며 정작 본인은 편법증여를 하고 외고·자사고 등을 없애야 한다며 자녀를 국제중학교에 보내 논란이 되고 있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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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주택을 보유중인 고위공직자들이 해명해야 할 것은 더 있다.

우선 이들 중 잉여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점이다. 가족이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임대하고 있다면 당연히 임대소득이 생긴다. 정부도 다주택자들에게 임대주택 등록을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있지 않은가.

상당수 고위공직자들이 보유 중인 오피스텔도 기자의 개인적 관심사다. 인사혁신처 제출 자료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들이 보유 중인 오피스텔은 모두 73채. 물론 오피스텔은 엄밀히 따지면 주택이 아닌 업무용 시설이다. 원칙적으로 주택 수 산정에서는 제외된다. 하지만 실제 용도를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세법에서도 주택으로 간주한다. 일단 취득 과정에서 환급받은 부가가치세를 다시 납부해야 한다. 실제 용도가 주거용이었다면 매도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기준도 적용된다.

특히 이들이 내년 4월까지 잉여주택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느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정책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고위공직자들이 보유 중인 잉여주택을 매도하거나 최소한 임대주택으로 등록해야 옳다. 그렇지 않다면 ‘투기꾼’이 가득한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는 코미디가 될 수 있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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