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700선 탈환...'30조 지원' 호재...중소형주 펀드 날개 펴나

대형주 추가상승 불안감도 커

개미들, 중소형주 매수세 확대

기관도 지난달부터 '소폭 사자'

하이, 10년만에 중소형주 펀드

KB·신영·DGB도 출시 잇따라



코스닥시장이 지수 700선을 탈환하며 중소형주 펀드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3년간 3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되는 정부의 벤처기업·코스닥 지원책이 발표되며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이미 대형주의 추가 상승에 불안감을 느끼는 개인투자자들이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으로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는데다 그동안 중소형주를 팽개쳤던 기관투자가들도 신규 펀드를 조성하며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에서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2,397억원을 매수했고 꾸준한 매도세를 보이던 기관은 지난달 중순부터 코스닥 시장을 소폭이지만 사기 시작했다.

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후 신규 중소형주 펀드 설정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이 10년 만에 중소형주펀드를 출시한 데 이어 신영자산운용과 DGB자산운용·KB자산운용도 총 4개의 중소형주펀드(ETF 포함) 설정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들 상품에 효력이 발생한 만큼 올해에만 적어도 11개의 중소형주펀드가 나오는 셈이다.

하이자산운용이 지난달 26일 하루 동안 모집한 ‘하이 중소형주 플러스 목표전환형 1호’ 펀드는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하이자산운용이 출시한 중소형주 펀드다. 이 펀드는 성장성이 높은 우량 중소형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6% 수익률에 도달할 경우 채권형으로 전환된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설정한 ‘하이중소형주플러스 1호’가 최근 좋은 성적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며 “목표전환형펀드에 대한 니즈도 있어서 두 가지를 합친 형태의 펀드를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중소형주플러스 1호의 수익률(1일·C1 클래스 기준)은 1년 33.03%, 6개월 25.16%에 달한다.


7월과 8월 각각 ‘신영 마라톤 중소형주’와 ‘신영 마라톤 중소형주 성과보수’를 출시한 신영자산운용은 지난달에는 ‘신영 밸류 중소형주30’을 출시했다. 올해만 3개의 중소형주 펀드를 출시하며 시장에 신뢰를 보냈다. 이 상품은 전체 자산 중 국내 중소형 가치·배당주에 30%를 투자하는 펀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주식시장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장기투자를 희망하는 이들은 오히려 중소형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DGB자산운용은 ‘DGB 똑똑 중소형주’와 ‘DGB 똑똑 중소형주 성과보수’를 출시하며 KB자산운용은 ‘KBSTAR 중소형 고배당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사실상 ‘삼성전자만의 리그’여서 나머지 투자자들은 이웃집 불구경하듯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며 “중소형주 주가가 바닥까지 내려온데다 코스닥 시장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장기투자 여력이 있는 이들은 지금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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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산운용 업계의 중소형주펀드 출시는 이례적이다. 중소형주펀드는 2014년 8개, 2015년 12개가 설정되는 등 인기를 끌었으나 대형주 중심 장세가 계속되면서 지난해에는 단 한 개의 펀드도 출시되지 않았다. 오랜 중소형주의 침체 때문이다. 중소형주는 2015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이후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 6월 말 2,074.20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는 현재 2,557.97로 23.32% 상승했으나 코스닥은 700선을 간신히 회복하며 5% 이상 하락했다. 코스피 내에서도 격차는 벌어져 같은 기간 대형주지수가 32.71% 상승한 반면 중형·소형주지수는 각각 9.22%와 10.78%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이후 중소형주펀드 출시 행렬은 이 같은 부진을 떨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 중소형주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5,92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6개월 뒤인 지난해 11월부터 올 10월까지 빠져나간 자금은 2,442억원에 그쳤다. 사실상 3,500억여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영마라톤중소형주는 출시 3개월여 만에 2,566억원을 모았으며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과 ‘맥쿼리뉴그로쓰1호’로도 각각 올 들어 891억원과 709억원이 유입됐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장기적 견지에서 볼 때 코스닥과 중소형주 시장 조정은 올해로 끝이 났다”며 “내년은 내수활성화와 혁신성장에 집중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골디락스를 방불케 하는 글로벌 경기환경에 대한 신뢰 등이 더해지는 만큼 코스닥과 중소형주의 소외 구도가 계속될 확률은 낮다”고 예상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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