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위 참가자를 암매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교도소 일대를 발굴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제3공수여단 등 계엄군이 1980년에 주둔했던 옛 교도소에서 이뤄지는 암매장 발굴은 항쟁 37년 만에 처음이다.
5·18기념재단은 6일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 재소자 농장 터에서 문화재 출토방식으로 암매장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매장문화 조사와 연구, 보존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단체 대한문화재연구원이 5·18재단 의뢰로 발굴 실무와 현장 총괄을 맡았다.
연구원은 이날 오전 8시께 암매장 추정지 현장에서 땅을 고르고 작은 삽 등 손 공구로 약 10㎝씩 땅을 파면서 정밀조사를 시작했다.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되면 흙 알갱이를 체로 걸러내 유해 여부를 선별한다. 소형 굴착기도 중장비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대기 중이다.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 최인선 순천대 문화유산연구소장 등 고고학 분야 전문가 그룹이 발굴 전반을 자문한다.
재단은 날씨 상황이 좋다면 이날부터 약 15일 뒤에 유해 존재 여부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오후 2시 재단은 옛 교도소 일원에서 현장 기자회견을 열고 발굴 세부 계획과 일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굴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나 법무부 허락이 있어야 한다. 양측은 언론 공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현장에서 5·18 행방불명자 유해가 나오면 광주지방검찰청이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재단과 검찰은 유해수습과 신원확인 주체를 두고 협의하고 있다.
재단은 1980년 5월 계엄군으로 투입된 3공수여단 지휘관이 검찰 조사에서 남긴 진술과 약도, 당시 교도소 수용자였던 시민이 전한 제보 등을 종합해 옛 교도소를 5·18 암매장지로 지목했다. 3공수 지휘관은 ‘12·12 및 5·18 사건’ 검찰 조사에서 ‘1980년 5월 23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시신 12구를 매장한 사실이 있다’며 ‘2구씩 포개 구덩이 6개에 묻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5·18 당시 보안대 자료에는 옛 교도소에 억류된 시민 28명이 숨졌다고 돼 있다. 항쟁 후 임시매장 형태로 발굴된 시신은 11구에 불과했다.
재단은 지난 3일 옛 교도소를 소유한 법무부에서 발굴 착수 승인을 받고 현장에 중장비를 투입하는 등 작업에 들어갔다. 이튿날 콘크리트 포장과 수풀 등 겉흙층 장애물을 제거하고 쇠말뚝과 노끈으로 작업 구획을 나누는 단계까지 마쳤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