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이 리스크 감수에 대한 욕구를 약화시키는 반면 투자이익은 리스크에 대한 욕구를 강화시킵니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자본자산가격결정 모델 개발자로 유명한 윌리엄 샤프가 투자와 리스크를 다룬 논문에서 주장했던 내용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보면 샤프의 이 설명이 꼭 들어맞는 것 같다. 국내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도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대표적 벤치마크인 MSCI 전세계지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12개월 연속 상승했다. 인덱스 발표를 시작한 1988년 이후 최장기간 연속상승에 해당한다. 반면 변동성 지수인 VIX는 역사적 저점까지 하락해 투자자들은 지난 수십 년 그 어느 시기보다도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평균회귀의 원칙을 충실히 따라왔던 자산시장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주식시장이 언제든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부충격으로부터의 탄력도가 높은 시장가격은 구조적으로 펀더멘털 대비 과잉과 과소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시장을 전망하자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주식시장의 강세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우선 기업이익 측면에서 양호한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식시장을 지지하는 견고한 받침대다. 4차 산업혁명이 주목 받기 시작한 지난해 이후 시장의 수요가 집중 된 정보기술(IT) 섹터를 중심으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동반 성장하고 있다. 실적개선을 동반한 주가상승이라는 점에서 이번 상승은 그 관성이 한동안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또 한가지 이유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비교지표라고 할 만한 변수들이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달러가치와 크레디트스프레드 같은 지표가 있다. 2014년 이래 가장 낮은 레벨까지 내려온 달러인덱스가 의미하는 것은 신흥국 통화가치의 절상이다. 이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유입 확대와 자산가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크레디트스프레드가 연중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 역시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의 감수를 회피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은 리스크를 먹으며 성장한다. 물론 위험자산을 매수하는 것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지만 현 시점은 여전히 리스크를 매수해야 할 국면이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최고의 미덕이 수익성이라면 현재 시장은 이를 위한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채권보다 주식, 선진국보다 이머징’이라는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하되 투자의 대상이 반드시 주식에 국한될 필요도 없다. 리스크 선호심리가 충분히 팽창한 지금 높은 기대수익률을 내재한 투자자산들을 폭넓게 검토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국내 증시를 비롯한 이머징증시 외에도 원자재 등 위험자산이 상당기간 투자기회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