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빈 살만 '피의 숙청' 하루 만에...헬기 추락사고로 왕자 사망

사고 원인은 안 밝혀 배후설 난무

체포 과정 부상 당한 왕자도 죽어

'아랍의 큰손' 빈탈라도 손발 묶여

美 기업들 "투자 위축 될라" 촉각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반부패위원회에 의해 체포된 아랍권 최대부호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   /제다=AFP연합뉴스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반부패위원회에 의해 체포된 아랍권 최대부호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 /제다=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32세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반부패기구가 왕자 11명 등 수십명의 핵심인사들을 체포한 지 하루 만에 또 다른 왕자가 헬리콥터 사고로 숨졌다. 외신들은 자신의 권력기반을 굳히기 위해 대대적인 숙청에 나선 빈 살만 왕세자의 행보와 사고 원인이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5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TV·AFP통신 등에 따르면 만수르 빈 무크린 왕자가 이날 정부 고위관료 7명과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예멘 국경 인근으로 이동하다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사우디 내무부는 헬리콥터가 사우디 아시르주에서 추락했다고 설명했지만 추락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체포과정에서 부상했던 압둘라지즈 빈 파하드 왕자가 하루 만에 사망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파하드 전 국왕의 아들인 압둘라지즈는 지난 6월 폐위된 무함마드 빈 나예프 전 왕세자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헬리콥터 사고로 숨진 왕자는 아시르주 부지사로 그의 아버지인 무크린 빈 압둘라지즈는 한때 왕세자였지만 2015년 왕세자직이 박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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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사우디 왕실은 반부패위원회를 결성해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명을 체포했다. 4월 사촌형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알 사우드를 밀어내고 왕세자 자리에 오른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벌인 숙청으로 해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주말에 전격적인 숙청이 벌어진 것은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이 추진 중인 개혁과 권력 강화를 위해 사우디 내 가장 강력한 인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위험을 수반한 모험”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부패혐의로 체포된 인사 중 살만 빈 압둘라지즈 국왕의 사촌이자 아랍권 최대 부자로 꼽히는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포함되자 미국 언론들은 ‘아랍의 큰손’인 빈탈랄 왕자의 체포가 행여나 현지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빈탈랄 왕자는 할리우드 콘텐츠 메이저 21세기폭스,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 지위를 갖고 있으며 전 세계 총 2,900여개 호텔을 보유한 아코르호텔그룹의 지분 5.8%를 보유했다. 그는 최근 이집트를 여행하다가 영감을 받아 이집트 관광산업에 8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럭비공 같은 행보를 유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빈탈랄 왕자의 손발이 묶일 경우 주요 투자자 한 명을 잃게 될 수 있다”며 “트위터·리프트·씨티그룹·포시즌호텔그룹·아코르호텔 등 서방 회사들의 향후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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