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라마 최초로 여성아동범죄전담부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KBS 월화 드라마 ‘마녀의 법정’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그동안 특수부 검사 등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많아도 여성·아동 범죄를 주축으로 한 드라마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이 드라마가 펼쳐지는 주 무대인 여성아동범죄전담부는 가상의 조직이 아니다.
실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차장 검사 산하에 있는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여조부)’가 모델이다. 여조부에는 현재 홍종희 부장검사 아래 5명의 검사(부부장검사 포함)가 일하고 있다. 여조부는 지난 2011년 9월5일 전국 검찰청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에 처음으로 창설됐다. 김진숙(사법연수원 22기·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초대 부장 이후 안미영·황은영·김홍창·김덕길·이정현 부장검사 등이 자리를 거쳤다.
여조부 창설 이전인 2010년 11.2%에 불과했던 구공판율(정식 재판 회부 비율)은 여조부 활동 이후 한 때 40%에 이르기도 했다. 2013년 6월부터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피해자 등이 직접 고소해야 공소 제기할 수 있는 범죄)가 폐지됨에 따라 대부분의 성폭력 사범을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고 있어서다.
드라마에는 의붓아버지의 성폭력 사건, 몰래카메라 범죄 등 다소 선정적이라 여길 만한 소재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허구가 아닌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범죄로 여성가족부에서 제공한 사례를 다뤘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물증은 없고 진술 증거가 대부분인 성범죄 사건을 다루면서 여조부 검사들은 범죄 사실을 들추는데 종종 애를 먹곤 한다.
홍 부장검사는 “친족 간 아동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 아동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할 엄마가 오히려 아이한테 ‘아빠를 용서하라’고 탄원서 작성을 주도하는 사례도 있다”며 “(그들의 논리는) 사실상 생계·부양을 책임지는 아빠를 처벌해서 무슨 이득을 취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이 같은 상황을 마주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내가 그때 좀 더 대처를 잘했더라면’ 등 자신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합당한 처벌이 피해자가 ‘내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굴레를 벗고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첫 단추라는 얘기다.
홍 부장검사는 여조부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조부 수사는 피해자가 특정성에 집중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안타까운 경우는 대부분 피해자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상대방한테 ‘아니오’라고 명확히 의사전달을 하기보다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가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어떤 불평등한 관계가 존재했기에) 저항하지 못했는지 등 자칫 간과하기 쉬운 지점을 파고들어 사건의 본질을 짚어내는 게 여조부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