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상권 보호를 내건 새 정부가 대형 마트 뿐 아니라 쇼핑몰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려는 가운데 이 같은 규제가 이미 해외에서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프랑스와 일본은 소상공인들을 보호한다는 목적 하에 대형점포 설립을 제한하고 주말 영업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가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최근 이같은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있는 추세다.
6일 한국경제연구원은 ‘프랑스·일본 유통산업 규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최근 발의되었거나 발의될 예정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들은 현행 대형 마트 규제를 신설·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무 휴업일을 현행 월 2일에서 4일로 늘리고, 대상을 면세점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다. 이런 가운데 쇼핑몰 규제 법안도 최근 발의 된 상태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프랑스도 수년 전까지는 ‘로와이에법과 라파랭법’을 통해 대형점포 설립 제한을 제한하며 영세 소매점 보호를 시도했다”며 “하지만 규제 우회를 초래하며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유통산업 왜곡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2008년 경제현대화법을 도입해 입점 규제를 풀고 경쟁을 통한 효율성 개선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영업시간 확대를 통해 유통산업 성장을 꾀하고 있다. 올해 1월 ‘마크롱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모든 소매점을 대상으로 실시 됐던 ‘일요일 영업제한 규제’가 완화됐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생제르맹 지구 등 12개 국제관광지구의 백화점과 상점은 1년 내내 일요일 휴무 없이 영업할 수 있게 됐다. 관광지구가 아닌 지역에서도 지자체가 허용할 수 있는 일요일 영업 일수가 5회에서 12회로 늘어났다.
연구원은 “일본도 과거에는 1973년 ‘대규모 소매점포에 있어서 소매업의 사업활동의 조정에 관한 법률(대점법)’을 제정해 중소소매점포의 보호에 나섰지만 경쟁 제한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며 “이에 점차 규제를 완화하다 결국 2000년 대점법을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기존 소매점포 신규 개설 시 개점일, 점포면적, 폐점시간, 휴무일수 등을 규제했던 것과 달리 21세기 들어 소비자 후생, 도시기능 개선, 환경 및 문화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유통 규제가 한국 유통업의 생산성을 낮은 수준에 머무르게 하는 요인이라고도 지적했다. 한경연이 아시아생산성기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아시아 30개국 가운데 16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평균노동생산성은 지난 2014년 일본의 5만6,500달러의 55% 수준인 3만1,230달러에 머물렀다.
이기환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유통산업의 낮은 생산성을 고려해 볼 때 업체 간 형평성 제고만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 아니다”며 “새로운 유통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생산성 진보를 늦출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