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신데렐라’ 김혜선 "정직하고 꾸준한 게 김혜선표 골프죠"

10대 서경퀸 오른 '올해 최고의 발견' 김혜선

'핫식스' 이정은 꺾고 생애 첫 승

피 말리는 연장전서도 미소

구름갤러리 즐기는 '강철 멘탈'

꾸준한 근력운동으로 체력 자신

260야드 날리는 '반전 장타자'

8월 대회선 벌타 자진신고도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자 김혜선이 6일 인터뷰 중 스윙 동작을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송은석기자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자 김혜선이 6일 인터뷰 중 스윙 동작을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송은석기자




드라이버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김혜선. /송은석기자드라이버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김혜선. /송은석기자



“바로 눈앞에 있는 목표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걸요? 먼 미래의 계획은 머리에 담지 않아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강타한 ‘신데렐라’ 김혜선(20·골든블루)은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이렇게 답했다. 미국 진출이나 세계랭킹 1위 같은 목표는 없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대답이었다.

KLPGA 투어 2년차이자 대학(건국대) 2학년생인 김혜선은 여느 프로골퍼들과 조금 다르다. 아마추어 시절에 국가대표나 상비군 경험이 없으면서도 1부 투어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손목 부상 때문에 2부 투어 대회를 거의 나가지 못했는데도 ‘지옥의 관문’이라는 시드전을 14위의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지난 8월 한 대회에서 벌타를 자진 신고해 ‘정직한 골퍼’로 잠깐 주목받더니 지난달 29일 제10회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최강자 이정은을 연장에서 꺾고 생애 첫 승을 올렸다. 김혜선은 이전까지 톱10 진입이 딱 세 번뿐인 그저 그런 선수였다. 올해 최고의 발견으로 불리는 이유다.

6일 서울경제신문 본사를 찾은 ‘10대 서경퀸’ 김혜선은 1주일 전을 돌아보며 “꿈도 못 꾸던 우승이었지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다”고 말했다. 김혜선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중3 때까지는 공부와 병행했고 골프에만 몰두한 것은 고1 때부터. 다른 선수들보다 출발이 한참 늦었던 셈이다. 학창시절 수학을 가장 좋아했다는 김혜선은 “70대 스코어를 처음 적은 것도 골프 시작하고 2년 반 뒤의 일”이라고 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일단 1부 투어 무대에 뛰어들어 1년간 적응기를 마치자 김혜선의 기량은 무서운 속도로 무르익어갔다. 초등학교 때 선수 예비반에 들 정도로 3~4년간 치열하게 배운 수영과 육상이 큰 도움이 됐다. 그때의 습관으로 김혜선은 골프선수가 되고 나서도 웨이트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대회 기간에도 하루 1시간~1시간30분씩 전신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앳된 얼굴과 달리 근육량과 체지방 수치는 격한 운동을 하는 전문선수들과 맞먹는 수준이다. 보통 시즌 막바지면 대부분의 선수가 체력 고갈을 호소하지만 김혜선은 “체력이 달린다는 느낌은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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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보다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멘탈’이다. 김혜선은 이정은과의 피 말리는 연장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연장 나가기 전에는 솔직히 살짝 긴장됐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편해지더라”고 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캐디와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출연하는 남자배우 양세종 얘기를 하며 승부에 대한 압박을 떨쳤다고 한다.

김혜선은 5일 끝난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도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공동 6위로 마무리해 첫 우승이 ‘깜짝’이 아님을 곧바로 증명해냈다. 마지막 날 챔피언조 경기는 서울경제 대회에 이어 두 번째였는데도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얼굴을 알아보고 축하해주는 갤러리 덕에 더 편안하게 경기했다고. “이제부터 김혜선 팬!” 등의 기사 댓글을 보며 힘을 얻는 것도 기분 좋은 일상이 됐다.

164㎝의 크지 않은 체구에도 김혜선은 드라이버로 260야드 이상을 너끈히 날리는 장타자다. 일본 투어 8승을 올리고 올해 레슨코치로 변신한 허석호 코치의 도움으로 힘 싣는 요령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김혜선은 아마추어 골퍼를 위해 “드라이버를 거꾸로 잡고 반복해서 빠르게 빈 스윙하면서 타이밍 잡는 연습이 장타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팁도 전했다.

김혜선의 롤모델은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는 이보미다.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하면서 친해졌다. 서울경제 대회가 끝나자마자 이보미에게서 살가운 축하문자도 받았다고 한다.

우승 전 상금랭킹 56위였던 김혜선은 지금은 21위다. 지난 시즌 랭킹 78위를 생각하면 더 놀라운 도약이다. 내년 목표를 묻자 “올해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게 올해 목표였는데 목표대로 잘해낸 것 같아요. 내년에는 더 좋은 선수가 돼야죠. 시즌 초반에 부진했던 성적을 돌아봐야 하고 쇼트게임도 보완해야 합니다. 할 일이 많아요.”

골프선수로 활동하는 내내 잃고 싶지 않다는 김혜선의 키워드는 ‘정정당당’과 ‘꾸준함’이다. “골프 칠 때 뭔가를 속이면 스스로 불편해지잖아요. 정정당당한 선수, 그리고 골프채를 놓을 때까지 꾸준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우승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 김혜선. /송은석기자우승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 김혜선. /송은석기자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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