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건축은 미학적인 우수성만큼이나 중요한 게 설득력입니다. 왜 그런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공공적인 목적에 맞게 설계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박물관 건축은 일반 상업용 건물과는 달리 그 자체가 문화의 정수다. 때문에 건축가라면 누구나 역량와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는 박물관 설계를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가 주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성관(사진) 한울건축 대표는 국내 유명 박물관 현상설계의 단골 건축가다. 용산 전쟁기념관,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등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여주박물관 역시 현상설계 당선작이었다. 그의 설계가 자주 당선되는 이유는 뭘까.
“박물관 설계가 그저 ‘아티스틱’하기 만해서는 안된다. 미학적 충동을 정제하면서 한단계 더 올라가야 좋은 박물관 건축이다. 건축을 통해 무엇을 상징하려 하는지, 그리고 그 상징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설득력 있는 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가 여주박물관 건축에서도 조형적으로 예쁜 건물보다는 여주의 역사와 근원을 담은 건물을 짓고자 했다.
“여주의 근원을 남한강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강이 범람하면서 황토물과 검은물이 마암 앞에서 부딪혀 말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이 같은 여주의 근원과 상징을 건축으로 표현하기 위해 마암 앞에 놓인 검은 궤와 같은 모습으로 외관을 디자인했다. ”
그가 내부 디자인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1층 카페와 반사풀이다. 그는 “박물관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좋은 자리를 쉼터와 같은 카페에 내줬다”며 “가볍게 친구들과 커피 마시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전시도 보고 가는 등 일상에서 가깝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40년간 ‘필드’에서 쉼 없이 일했던 건축가는 올해 70살이 되었다. 여전히 열정적으로 다작하는 노건축가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건축 ‘작품’을 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난 잡식성이다. 상업용 건물도 잘하고 싶다. 가격도 싸고 조형적으로도 우수하고 내구성도 있는 건물,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당겨 그 건물안에서 사람들이 장사를 잘할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도 박물관 건축만큼이나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