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에서 동구 신천동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지역이다.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와 길 하나를 두고 떨어진 만큼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지만, 개발의 정도와 경제적 수준은 크게 대비된다. 하지만 최근 방문해 본 이 지역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교통 시설이라는 것 이외에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했던 동대구역과 그 인근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며 생기가 도는 지역으로 변화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시작은 지난해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고 난 뒤부터였다.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는 KTX 동대구역과 대구도시철도(지하철) 1호선, 종합버스터미널 등이 연결돼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동북아 최대 규모의 교통시설 중 하나다. 여기에 신세계백화점 등의 대규모 상업시설도 같이 들어서 있는 초대형 건축물이다.
설계를 맡은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는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의 설계목표를 사람들이 KTX, 지하철, 버스터미널 및 주차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복합센터를 만드는 것으로 뒀다. 즉, 다양한 기능이 들어선 만큼 시설 간의 유기적인 연계에 큰 비중을 실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열차 외에 고속버스와 지하철, 택시를 최단거리로 환승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야외광장, 백화점, 엔터테인먼트시설, 복합교통센터, 기타 공공시설들이 조화롭게 구성돼 이용자에게 다양하고 독특한 경험을 유도하도록 만들어졌다.
교통혼잡을 방지하는 계획도 설계에 반영됐다. 이에 센터로 진입하는 차량들이 도로 위에서 정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차량이 몰리는 동대구로 진입차선을 2차선으로 확보했다. 이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길이를 평균 300m 확보해 차량 진출입 시 충분한 대기공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센터의 주차장은 총 2,931대의 수용 능력을 갖췄으며 24시간 환승주차장으로 운영된다. 종합버스터미널에도 대형버스 239대가 동시 주차할 수 있는데, 버스 승하차 시 발생하는 매연이 건물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단계 매연 처리기술도 적용됐다. 벽체와 천장 배기시스템 외에도 바닥 배기시스템이 추가해 이용자의 환경에 신경썼다.
매스(mass·덩어리)가 겹쳐지고 쌓이도록 한 외관도 화려하다. 특히 외장 파사드(Facade·건축물 앞면을 가리키는 말)는 유리와 석재를 사용해 대규모 건물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무게감을 표현하도록 했다. 또 건물이 주변 경관과 어긋남 없이 어울리며 자연스러운 맥락을 연출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도 보인다. 신정철 심사위원장은 “초대형 건축물의 합리적인 공간계획과 세련된 형태계획을 보여준다”면서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수준 높은 공간을 구현한 복합환승센터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