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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건축문화대상-일반주거부문 대상]기억의 사원

자연스러운 이동 동선, 천년 사찰의 '건축 프로세스' 그대로…



기억의 사원 전경. 회색빛의 콘크리트 마감재는 주변 자연 경관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감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기억의 사원 전경. 회색빛의 콘크리트 마감재는 주변 자연 경관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감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기억의 사원 전경. 콘크리트 마감재와 조각처럼 다져진 외관으로 세련된 느낌을 준다.기억의 사원 전경. 콘크리트 마감재와 조각처럼 다져진 외관으로 세련된 느낌을 준다.


기억의 사원에서 바라본 주변 자연 경관. 옛 절과 같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기억의 사원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다.기억의 사원에서 바라본 주변 자연 경관. 옛 절과 같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기억의 사원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북한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차로 약 20분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복장리’. 이곳은 사방에 펼쳐진 나지막한 산자락과 이에 어우러진 북한강이 수려한 자연경관 보여준다. 그리고 굽이진 길을 따라 발걸음을 더 옮기다 보면 산 중턱에 유달리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최고 높이 4층에 크지 않은 건물임에도 회색빛의 콘크리트 마감재와 조각처럼 다져진 외관은 세련됐다는 느낌을 준다. 훌륭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건물인 덕택에 언뜻 ‘미술관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산 중턱에 있다는 위치적 특성을 생각하면 어떤 기능을 갖춘 곳인지 쉽게 감이 잘 오지 않기도 한다. 이 건물의 정체는 바로 2017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일반주거 부문 대상의 영광을 안은 ‘기억의 사원’이다.

‘기억의 사원’은 7개 동, 12채의 집을 모아 만든 단독주택용 건물이다. 현재 집으로 쓰고 있는 이 공간은 추후 펜션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 대신 둥근 철제 구조물 설치

사람들 움직임 내부로 이끌어

연못 지나면 또 다른 공간 암시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곳의 이름이 굉장히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얼핏 생각하면, 집과 사원(절), 즉 세속의 장소와 영적인 공간은 어울리지 않는다. 왜 주택이라는 일상의 공간에 신앙의 장소인 사원이라는 명칭을 덧붙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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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 절들은 대개 산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절을 오른다는 것은 산 밑에 있는 일주문(사찰로 들어가는 여러 문 가운데 첫 번째 문을 지칭)을 시작으로 많은 문들을 지나고 또다시 여러 전각들을 만나는 긴 여정과 같다.

그런데 이 여정에서 전혀 지루한 감은 없다. 이는 자연 그 자체가 주는 안락함일 수도 있겠지만 건축의 관점에서 볼 때 자연과 조화된 건물, 그리고 그 속에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의 세월을 거쳐 고안된 장치들이 모여 있는 훌륭한 건축이 바로 사원이기 때문이다. 기억의 사원을 설계한 민규암 토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수천 년 전에 최초 건립된 사찰이라도 해도 그 안의 건물들은 천 년이 안 된 것이 많다. 건물 하나하나가 다른 시점에서 지어졌는데도 통일성이 유지된 이유는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천 년 간의 생각이 반영된 건축이기 때문에 건축적으로 굉장히 수준이 높은 게 바로 사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천 년의 프로세스를 압축해서 짧은 기간 안에 설계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건축가로서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찰 건축의 훌륭함은 자연스러운 이동 동선에서 나타난다. 과장되지 않고 인위적이지 않은 건축적 장치나 구조물들을 건물에 녹여내 이용하는 사람들의 궤도와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설계가 반영돼 건축적으로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 같은 수준 높은 건축적 장치들은 기억의 사원에도 잘 적용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물 진입부에 있는 둥근 철제 구조물과 그 옆에 조성된 작은 연못이다.

일반적으로 한 공간의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문을 넘어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즉, 문이라는 형식적인 장치가 사람의 이동을 이끌기도 하지만, 공간을 구분 짓는 경계이기도 하다. 기억의 사원에서는 이 같은 흔한 문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둥근 철제 구조물로 문을 갈음했다. 이 장치는 건물 입구 쪽에 배치돼 산 중턱을 넘어온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내부로 이동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그리고 이 구조물과 그 옆에 자리 잡은 연못을 지나치는 순간 자신이 지나온 산과 또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민 대표는 “음악적으로 말하면 스타카토(음을 짧게 끊는 연주법) 같은 기능을 하는 것들을 우리 사찰 건축이 잘하는데 그와 유사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 전통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건축적 장치들을 뛰어난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건축물이 이 기억의 사원이라는 말이다. 또 이와 함께 외부 마감재로 쓰인 노출콘크리트로 연출한 거친 입면과 조형성이 강조된 독특한 형태, 내부 공간과 잘 어우러지는 자연경관 등도 이 건축물의 품격을 높이는 요소들로 작용한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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