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종합] 조덕제 “제2의 조덕제 나와선 안 돼..외부단체 아닌 영화인들이 밝힐 문제”

배우 조덕제가 여배우 성추행 논란에 적극 해명하는 입장을 밝혔다.

배우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스터디룸에서 열린 ‘성추행 파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배우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스터디룸에서 열린 ‘성추행 파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여배우 성추행 논란에 대한 조덕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조덕제, 메이킹 촬영기사 이지락씨, 사회자로 ‘사랑은 없다’의 주요 스태프가 참석했다.

이날 조덕제는 기자회견의 목적으로 “지금까지 여배우 측, 장훈 감독, 단체들의 허위주장으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정확한 진실규명을 위한 공개검증을 요구 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메이킹 영상 조작 논란에 대한 메이킹 촬영기사의 직접 사실 해명도 전했다.

앞서 지난 2015년 4월 조덕제는 영화 촬영 도중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 A씨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의 강제추행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서 검찰은 조덕제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무죄 판결이 났다. 이후 지난 10월 13일 서울고등법원은 조덕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이에 조덕제는 2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사랑은 없다’의 주요 스태프는 “조덕제 선배님의 연기 인생에서 지금이 중요한 순간이라 생각한다”라고 입을 뗐다. 이어 “지금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초등학교 도덕시간에 나오는 철수와 영희의 이야기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는 어느 날 두 남매는 철수와 영희를 부른다. 아빠가 영희에게는 두부 심부름을 시키고 3천 원을 준다고 한다. 영희는 흔쾌히 다녀오겠다고 한다. 철수에게는 담배를 사오면 5천 원을 주겠다고 해서 철수는 심부름을 간다. 영희는 이후 3천 원을 받고 철수는 담배를 꺼내려는 찰나 영희가 ‘엄마, 오빠가 담배 폈어’라고 한다. 아빠는 모른 척한다. 담배를 펴본 적 없는 15살 철수는 억울하다. 아빠를 원망하곤 운다. 철수가 아니라고 해도 엄마는 영희 얘기만 믿는다. 아빠는 엄마에게 혼날까봐 오히려 철수에게 ‘담배 피지 말라’고 한다. 이 이야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지락 메이킹촬영기사, 배우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스터디룸에서 열린 ‘성추행 파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이지락 메이킹촬영기사, 배우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스터디룸에서 열린 ‘성추행 파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사랑은 없다’ 스태프는 “본 사건의 영화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하려 해도 불륜에 대한 이야기다. 가정폭력이 나오는 영화다. 아무리 노출이 없는 영화라고 해서 19금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순 없겠다”고 덧붙이며 본론에 들어갔다.

조덕제는 “깊은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 문제는 결국 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문제다. 우리 영화계가 내 사건이 빌미가 돼 영화계와 무관한 여성단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영화 외적 단체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려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목도할 수 없다”며 “외부 단체들에 의해 사건이 왜곡되고, 애꿎은 희생자들이 영화인들에게서 양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또 다른 희생자가 그러한 단체들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나는 제안한다. 이러한 빌미가 된 내 사건을 영화인들의 손으로 철저히 진상 조사를 해 주시고 검증해 달라. 지금 여성단체 쪽 입장에 선 영화단체들도 영화인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내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데 동참해 달라. 영화 단체로서 여성단체에 치우쳐있지 말고 처음부터 공정한 절차로 진상 규명을 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덕제는 “또 나는 객관적이고 공적한 절차를 거쳐 이 사건을 조사한다면 당당히 임할 것이고 나 스스로 그 시험대 위에 오르겠다. 전문 영화인들만이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겠다. 그래야 외부 세력에 의해 영화계가 좌지우지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조사해 달라. 어떠한 시험대라도 오르겠다. 우리 영화인들이 조사하고 검증한 결과라면 마땅히 나는 그 결과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 부디 이 사건으로 한국영화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영화인들이 나서주기를 간곡히 바란다”라며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관련기사



메이킹 촬영기사 이지락씨는 “감독이 감독과 조덕제 배우만 찍힌 게 이상하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대부분의 신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13번 씬 메이킹에서는 조덕제에게 포커스를 맞춰 촬영했다. 하지만 감독은 ‘악마의 편집’이라 주장한다. 납득할 수 없다. 메이킹 영상은 나중에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 스틸 사진 등을 분류하는 작업에 이용된다. 그렇게 순서를 맞춰 하나의 영상으로 만든다. 검찰에 제출한 영상도 하나의 장면을 계속 촬영한 것처럼 보이는 8분짜리 영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조덕제 배우와 나는 13번신 촬영 때만 만나 인사한 사이일 뿐이다. 어떠한 친분도 없다. 개인적으로 메이킹 영상을 보관한 이유는, 13번신을 조덕제가 하차하고 다시 찍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총괄팀에게 ‘조덕제 배우가 촬영된 13번신 분량이 있다.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감독으로부터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나서지 말라는 핀잔만 들었다. 이후 여배우가 조덕제를 고소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감독은 왜 저렇게 모른 척하고 빠져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오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메이킹을 보여주면 배우들 간의 오해가 풀릴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배우, 조덕제에게 연락해서 메이킹 필름이 있다고 알렸다. 여배우는 이상하게 아무런 대답도 없고 무관심하더라. 그런데 남배우(조덕제)는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며 관심을 보였다. 검찰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남배우 측에서는 녹취록이라도 주면 진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해서 영상 녹취록만 남배우에게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에서 영상 제출을 요청해서 영상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런데 여배우는 뻔한 거짓말로 영상의 존재를 몰랐다고 했다. 여배우에게 관련 내용을 말한 메시지도 지금 가지고 있다. 감독에게도 메이킹 필름 영상을 메일로 보냈다. 이후 2년이 흐르고서 그 어떠한 항의를 받은 적이 없었다”라며 “그러고서 최근에야 현장 스태프가 왜 허락도 없이 유출했냐고 항의 전화를 하더라. 여배우의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 증거물을 제출하면 사건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라고 털어놨다.

배우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스터디룸에서 열린 ‘성추행 파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배우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스터디룸에서 열린 ‘성추행 파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사랑은 없다’ 스태프는 “피고인이 감독의 디렉션을 받아 연기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와 사전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범죄행위가 된다고 했다.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하체 추행이라고 인정했는데 이는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선례를 따른다면 연기자가 감독의 디렉팅을 벗어났는지의 여부에 따라 배우는 연기에 크나큰 제약이 생긴다. 상대배우와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들을 배우 한 사람이 뒤집어 쓸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은 프리프로덕션에서의 합리적인 계약 등 배우 개인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는 “이 판결은 배우의 연기 디렉팅에 대해 일부 편향된 여성단체의 주장 속에서 이뤄졌다. 이처럼 해당 판결은 영화인들의 전문 견해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앞으로 법원이 영화인들의 예술과 표현을 마음대로 재단하려는 풍조가 생길 것이다. 촬영 현장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이 아니라 현장의 면면을 잘 이해하는 전문 영화인들의 식견에 의해 상황이 판단돼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제작자와 감독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하다 발생한 사건이며, 약자에게 전가한 사건이다. 재판 과정에 있어서도 영화와 무관한 여성단체와 대결구도가 형성됐을 뿐, 영화 작업에 대한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 개인과 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사건이 보여졌다. 영화 작업을 일반 성범죄와 똑같은 시선으로 봤다. 본 사건에 있어서 사회정의 실현도 결코 구현될 수 없다”며 “오히려 전문 영화인들의 참여로 영화 현장의 권력 관계를 살펴 진정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개요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법원의 최종 판단이 있기 전에 영화인들에 의해 사건이 판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건 검증 과정에 영화인들이 적극 동참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감독님이 예상 시간보다 더 길게 촬영을 이어갔다. 나는 ‘왜 컷을 안 하지?’ 의아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표정이었다. 하지만 의상적으로 등산복인 상황에서 다른 이의 손이 하체 쪽에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상황 이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조덕제는 “나는 처음부터 단 한 번도 팬티 안을 만진 적이 없다고 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러한 일은 전혀 없었다.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 연기했을 뿐이다. 어느 배우가 촬영 중에 연기를 하면서 많은 스태프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를 빙자해 말도 안 되는 추행을 하겠느냐. 그거야 말로 ‘정신병자’라고 할 수 있겠다”라며 “시늉만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바지를 내리는 일은 할 필요가 없었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굳이 바지 안에 손을 넣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덕제는 “제2, 제3의 조덕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2년 6개월 이상 재판들 해오면서 돌이켜 보면 가장 참기 힘들었던 게 외로움이었다. 동료들에게 외면 받는 것이었다. 나 혼자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내 진심을 듣게 할 수 있는지 괴로웠다. 재판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촬영이라는 특수 환경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전문 영화인들이 아니고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더라. 현장 스태프들의 증언과 진술에 의해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