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훈(48·사법연수원 23기) 서울고검 검사가 사망한 다음날인 7일에도 검찰 내부 여기저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적폐 수사에 따른 피로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동료들이 수사선상에 오르거나 급기야 죽음을 선택하면서 사실상 청와대 하명 수사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검찰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개혁 과정에서 나오는 계속된 수사 의뢰로 지쳐가고 있는 상황인데다 검찰 내외부에서 하명 수사의 전형적인 행태인 몰아치기식 수사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며 “결국 현직 검사의 자살은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가 만든 비극”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도 “우리가 쌓아온 업보”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이번 사태가 결국 검찰의 잘못된 문화 때문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검찰이 정권에 끌려다니면서 하명 수사에 강도를 높이자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해온 문무일 검찰총장에 대한 검찰 내 신뢰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검찰의 국정원 수사는 검찰이 정부의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며 “검찰이 스스로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진정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총장이 강조했던 서민생활과 직접 연계된 형사부 강화 방침도 무색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국가정보원 등 정부 기관의 ‘적폐청산’이라는 개혁 과정에서 쏟아지는 수사 의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안과 특수전담검사 등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등 중앙지검에만 적폐 수사에 투입된 검사가 64명에 이른다. 현재 관련 사건만 16건에 이르지만 수사 의뢰가 이어지고 있어 수사 총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의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방해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 등 현직 검사 2명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고모 전 국정원 종합분석국장 등 전직 국정원 간부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