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쓰러져가는 교권은 더욱 약해질 것 같아 걱정이네요. ‘학폭(학교폭력)’이 심하다고 해서 아이들 학교 보내기 겁나는데 앞으론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초등학교 4학년 학부모 김모씨)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기로 한 초·중·고교 상·벌점제 폐지를 두고 일선 학교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체벌 금지’의 대안으로 등장한 상·벌점제마저 폐지 운명에 놓이면서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의 일탈을 막을 수단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여기에 학교에서 휴대폰 압수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돼 교육 환경이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일 발표한 학생인권종합계획 초안에서 내년부터 상벌점 제도를 생활지도 방식으로 바꾸기로 하고 대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로 했다.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을 막기 위해 지금껏 행해온 압수나 사용금지 등도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제정하는 ‘교육 3주체 생활협약’을 통해 완화해나가기로 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도 권한이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 현장에서는 당장 불만과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종합계획 발표 직후 “학생인권도 중요하지만 교육현장에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학교폭력과 교권침해”라며 “사안의 경중에 대한 판단과 대책이 부족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휴대폰 압수 금지 방안에 대해서도 “수업과 교육활동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다른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북의 한 중학교 A교사는 “지금도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데 이제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말고 손을 놓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도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교권 실추가 학생들의 일탈로 이어져 학습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교권 보호가 선행되지 않는 인권 대책은 교육적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기도 나온다. 학부모와 수험생이 많이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를 위한 인권계획이냐”며 비판하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학교 안에서도 학생들이 가해자로 드러난 사건·사고가 잇달아 보도되면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체벌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다만 지도 편의보다 인권 존중이라는 상위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서울지역 중학교 2학년 학부모 박모씨는 “인권 존중이 학폭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훨씬 더 억지스럽다”며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인성을 바르게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김모씨는 “상·벌점제를 무기로 휘두르는 못 믿을 교사들을 훨씬 더 많이 봤다”면서 “자격 미달인 교사들이 학생부를 조작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상황이어서 상·벌점제 폐지를 찬성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