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중국의 거대 기업 알리바바가 인터넷 전문은행 ‘왕샹은행’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금융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플랫폼 고객을 기반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인구를 고려하면 잠재적인 이용자 수와 서버 트래픽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만큼 서버와 플랫폼의 안정성이 지속 가능한 서비스의 핵심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이 시스템이 국내 중소기업 ‘뱅크웨어글로벌’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지금은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을 의미하는 ‘핀테크(Finance+Technology)’가 익숙하지만, 2009년까지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다. 당시 이경조 뱅크웨어글로벌 대표는 한국IBM의 GBS(Global Business Service) 대표로 일하면서 국내 금융기관을 컨설팅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여수신 이체 처리 시스템 등 금융기관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이었다.
7일 서울 중구 순화동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 대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반 기술이 달라지고 업무형태가 바뀐다”며 “인터넷 환경에 따라 금융기관은 시스템을 재구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기관 시스템 설계를 쭉 해오던 차에 국내 시장은 규제가 많아 한계를 느꼈고, 이를 소프트웨어 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함께 일하던 직원 7명이 뜻을 함께 했다. 금융기관 플랫폼 분야에 집중하자는 의미로 회사 이름도 ‘뱅크웨어글로벌’로 지었다. 곧바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다. 여수신 이체 처리 등 기본적인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코어뱅킹 패키지’와 예·적금 펀드 등을 만들어내는 ‘금융상품 팩토리’ 프로그램이 농업은행, 공상은행 등 중국 금융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뱅크웨어글로벌이 클라우드 서버 내 분산처리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온라인 금융 업무의 안정성을 확보한 덕분이다. 이 대표는 “온라인 금융기관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버 용량의 탄력성이다. 기프티콘 증정 이벤트를 열거나 스팟성 상품을 내걸 때 한꺼번에 몰리는 고객들로 인해 트래픽이 급증하기 때문”이라며 “뱅크웨어글로벌은 클라우드 내 분산처리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알고리즘을 통해 금융상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던 점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이자는 얼마를 주고 기간은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금융상품을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다”며 “우리는 금융기관이 원하는 금융상품을 정의하기만 하면 상품이 개발되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규제가 풀리기 시작했다. 뱅크웨어글로벌은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인 K뱅크의 시스템 구축을 맡았고, 올해 4월 K뱅크는 성공적으로 업무를 개시했다. 내년 뱅크웨어글로벌의 매출은 5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금융기업 전문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집중해 미국, 미얀마 등 수출국을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과 인도는 우리나라에 비해 규제도 일찍 풀리고 IT 인력도 많아 소프트웨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뱅크웨어글로벌은 세계 시장에서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 전문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