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개인간거래(P2P) 업체들이 평균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투자자 불안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P2P 업체들은 최근 3년간 급증해 170개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이면에는 과다 경쟁과 부실한 대출 관리 등으로 연체 채권이 높아지면서 투자위험을 자초했다.
P2P 투자자들이 업계 10위권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받던 P2P 업체인 펀듀의 지난 6일 연체율이 90%까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되자 금융당국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기로 하는 등 집단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도 투자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분쟁조정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보존되는 길이 없다는 점이다. 분쟁조정은 투자자들이 신청하면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민원인 측과 업체 측을 행정심판처럼 중재하는 것인데 P2P 업체의 경우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불완전판매와 달리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회의적이라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올 초부터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손을 봐왔지만 결국에는 ‘땜질식 처방’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P2P 업체는 대부업법과 금융위원회의 P2P 대출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고 있다. P2P 업계는 별도의 업권으로 분류되지 않고 대부업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5월 시행된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은 한 업체당 1,000만원, 한 투자 건당 500만원으로 투자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또 고객 재산 보호를 위해 투자예치금을 P2P 업체 등의 자산과 분리해 은행 등 금융기관에 보관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대부업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금융위는 내년 3월까지 금융감독원에 P2P 업체의 연계 대부업체 등록을 의무화해 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등록 요건을 자기자본 3억원 이상으로 설정해 테라펀딩 등 대형 P2P 업체들만 현재 등록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규정으로는 감독당국에서 일부 업체만 관리할 수 있을뿐더러 P2P 플랫폼 업체가 아닌 연계 대부 업체만 감독할 수 있다”며 “P2P 업계 특성에 맞춘 제도가 나오지 않으면 현실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규정을 바꿨지만 나머지 대다수 P2P 업체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그대로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현재 한국P2P금융협회에서 자정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협회에는 전체 업체 수의 3분의1 수준인 59개의 회원사들이 가입해 있다. 협회는 P2P 시장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자체적인 내규를 정해 외부 자체 점검, 회원사 제명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의 경우 공사 진행상황 등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아 협회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회는 업계의 자정을 강제할 수 있도록 사단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협회는 사단법인으로 전환될 경우 비회원사들도 협회에 가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의원입법 등의 방안으로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데 나서고 있다. 현재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P2P 관련 법안으로 ‘온라인대출중개업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P2P 업체를 온라인대출중개업자로 정의해 금융위 등록을 의무화하고 투자자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등 P2P 업계에 대한 관리감독안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P2P 업체는 대부업의 꼬리표를 떼게 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P2P 시장이 크게 성장하다가 조정 과정을 거치는 과도기”라며 “의원입법을 통해 P2P 관리가 체계화되도록 국회와도 협조를 긴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