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슬금슬금 오르는 유가 부작용도 살펴야

국제유가가 상승세다. 경제회복 기미로 슬금슬금 오르던 유가는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진 ‘왕자의 난’에 영향받아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3.1% 오른 배럴당 57.3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15년 6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3.54%나 상승한 64.27달러로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WTI의 경우 8월 말 배럴당 45달러대까지 떨어졌으니 두 달 사이에 25% 이상 오른 셈이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60달러를 넘어 70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사우디 숙청사태를 주도하는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를 강력하게 지지해온 인물이어서 OPEC이 내년에도 감산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때문이다.


사우디 권력투쟁이 격화될 경우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다시 부각돼 유가 오름세가 가팔라질 수도 있다. 유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긍정적·부정적인 면이 혼재한다는 얘기다. 특히 산업별 영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정유·유화·건설업종 등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중장기적으로 해양플랜트 등 조선업에도 훈풍이 예상된다. 하지만 항공·해운업종 등에는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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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가가 꿈틀대면 디플레이션 우려는 덜 수 있지만 소비위축으로 그렇지 않아도 움츠러든 내수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전기요금 상승 압력도 걱정이다. 더욱이 지금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새 수장을 맞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른 달러화 움직임도 국제유가에 영향을 줄 것임 분명하다.

당분간 글로벌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유가가 큰 폭으로 요동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유가 동향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득실을 꼼꼼히 따져 이를 토대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유가 흐름을 잘 살펴 시나리오별 맞춤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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