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고유업종제, ‘생계형 적합업종제도’로 부활하나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정부, 강제적 제도로 재도입

기업에 과도한 간섭·제한 초래

투자·고용 위축 등 부작용 유발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요즘 ‘생계형 적합업종’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5건의 의원발의 특별법 또는 개정법률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돼 논의 중이다. 이 가운데 ‘생계형 적합업종제도’라는 것이 특히 문제다.

정부는 지난 1979년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 및 기업 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도입했다. 당초 취지와 달리 이 제도는 산업경쟁력 약화, 중소기업의 자생력 저하 등 폐해가 심해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이를 폐기했다. 이명박 정부는 ‘동반성장위원회’를 둬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부활시켰다지만 이 위원회의 조치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었다.


이제 10여년이 지나 일부 의원들이 폐기됐던 ‘고유업종제도’를 ‘생계형 적합업종제도’로 포장해 중소벤처기업부 관리하에 강제성 있는 제도로 재도입하려 한다.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다. 적합업종 선정주체인 동반성장위원회를 중기부로 변경하고, 업종 및 보호기간을 지정하며, 장관이 대기업의 적합업종 사업인수·개시·확장금지는 물론 축소·이양 같은 사업조정을 명령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사업조정 명령에 불복하면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 2년 이하의 징역,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외에 매출 30% 내의 이행강제금을 추가한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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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적합업종을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문제다. 국내 기업 역차별로 국제통상 규범에 직접 위배되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미국 무역대표부도 적합업종제도를 무역장벽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보고서(2014)’에서 국내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적합업종제도의 점진적 폐지를 권고했다. 지금까지는 비정부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이를 관리했으므로 문제없이 넘어갔다. 폐지가 권고되는 이 제도를 이제는 정부가 강화, 시행한다는 것은 통상마찰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강제적 사업조정은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과도한 간섭과 제한을 초래함으로써 관련 투자 및 고용위축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이는 단순한 규제 차원을 넘어 기업의 사적 자치를 침해하고 영업의 자유를 박탈하면서 사유재산제도를 침해하며 자유시장경제를 후퇴시킨다.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현재까지 대기업 스스로도 적합업종 권고사항을 거의 위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적합업종에 대해 정부가 규제할 필요도 없다. 권고사항 위배 건수는 적합업종제도 적용 첫해인 2012년 6건에서 2016년 9월 현재 0건으로 감소됐다는 동반위의 조사 결과가 증명한다.

중소기업을 살리고자 하는 열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방법에 있어 법적 강제보다는 기존의 자율적 민간합의 방식이 더 낫다. 강제적 사업조정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연계돼 있는 많은 관계자들에게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협력업체는 판로 상실로 매출 감소, 도산 등의 어려움을 겪고 종업원은 실직에 내몰리며 입점업체 및 가맹점주에게까지 피해가 미친다. 소비자 또한 제품 선택권 축소, AS 등 서비스 하락, 품질 저하, 제조단가 상승에 따른 가격 상승 등의 피해를 본다. 우수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며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방해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자구노력지표의 하락, 연구개발(R&D) 지출, 무형자산 증가율, 종업원 수 증가율, 노동생산성 등이 모두 하락했다는 2010~2013년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강제보다는 자율규제와 이행실태 점검·공시 등 자발적 준수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부가 이상사회를 디자인할 수 있고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말한 치명적 자만(自慢)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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