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는 철에 난 녹과도 같은 짙은 붉은 색이었고 회색 줄무늬가 있었다. 이 바위는 퀘백 북부의 허드슨만을 향해 내리막 경사를 이루고 있는 관목 툰드라 지대 위로 서 있었다. 이 바위는 마치 지구가 탄생될 때부터 이 곳에 있어왔던 것 같았다. 이렇게 오래된 바위가 살아남아 있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판구조와 무자비한 지각의 순환은 지구 표면을 반복적으로 갉아먹는다. 그린랜드나 서오스트레일리아처럼 대륙의 깊숙한 안쪽에 있는 극소수의 장소만 이런 운명을 모면했다. 생명의 기원의 흔적을 찾는 것이 전문인 과학자들은 이런 태고의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런 바위에서 생명 역사의 첫 장이 만들어 졌다. 과학자들은 그 기록을 읽고자 한다.
캐나다 지질학자인 도미니크 파피노는 여러 해 전부터 이 곳 <누부악잇턱 선지각대> 에 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지난 2008년 그는 수천 달러의 자금을 확보해 워싱턴 DC의 카네기 과학연구소를 떠나 교통수단을 세 번을 갈아타고 부시플레인(오지를 운항하는 비정규 항공편)까지 탄 다음에야 이 곳에 도착했다. 자연 속 바위를 좋아한다면 여름철에 와서 몇 주간 휴가를 보내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빙하로 닦이고 이끼가 낀 거대한 암반지대가 얕게 쌓인 흙을 뚫고 튀어나와 있다.
파피노는 시냇물 근처에 텐트를 쳤다. 이 위도에서는 1년 중 특이하게 해가 4시에 뜬다. 때문에 그는 충분한 탐사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이 곳을 떠나기 3일 전, 파피노는 호상철광층의 일부인 길이 20~30m의 줄무늬를 발견했다. 마치 적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나폴레옹 파이처럼 적색 적철석과 짙은 색의 자철석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이 줄무늬는 옛 심해 열수 분출공의 위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생성되었다. 25센트 동전만한 방울이 표면 곳곳에 널려 있어서 얕은 소용돌이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파피노가 알기로는 젊은 바위의 경우 이런 자국은 과거 생명체가 존재했음 의미했다. 그는 “이 물질을 봤을 때 표본 채취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말하며 슬레지해머로 바위를 내리쳤다.
결국 그는 45kg이 넘는 암석 표본을 들고 카네기의 연구실로 돌아갔다. 그는 거기서 지구물리학 연구자로 일하고 있었다. 거기 보내진 암석 표본은 그가 충분한 시간을 내어 분석하기 전까지는 그저 암석 표본일 뿐이었다.
파피노는 결국 2014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으로 옮긴 후에야 이 표본들을 조사할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누부악잇턱 층의 나이는 37억 7천만 년 내지 42억 8천만년 정도로 추측되므로 이 표본들의 나이는 지구의 나이(45억 4천만 년)보다 약간 젊은 정도인 셈이다. 파피노와 매튜 도드는 10여 줄의 분석을 통해 이 바위에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의 증거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난 3월 이들은 발견내용을 학회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이들의 결론이 틀리지 않았다면 생명의 기원 연구에 새로운 이론이 제시된 것이다. 지구 최초의 생명은 지구 탄생으로부터 10여 억 년 이후가 아닌 지구 탄생 이후 불과 수억 년, 수 십 만년 후에 출현했다는 논리다.
더구나 생명의 탄생에는 까다로운 우연의 일치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지구의 초기 화학성분이 자연스럽게 생명을 탄생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표면이 암석으로 되어 있고 물이 충분한 행성이라면 얼마든지 생명 탄생의 기본 요건은 갖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런 행성은 우리 은하에만도 400억 개나 있다.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학계에는 초기 지구를 연구하는 학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한다. 새로 나온 이론은 비판을 받으며 살아남지 못하고 묻혀 버리기도 한다. 누군가의 주장대로 파피노와 도드가 틀렸다면 그들이 본 자국과 광물들은 아주 오래 전에 미생물이 살았던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신기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파피노는 지난 1600년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가 화형에 처해진 지오다노 브루노의 사례를 들며 농담을 했다. 다행히도 그런 형태의 비과학적 검토는 지금 없다. 다만 현대적인 형태로 변이되었을 뿐이다.
기원에 대한 이야기
지난 1992년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 앤젤레스 캠퍼스의 빌 쇼프는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암석에서 35억년 전의 미생물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은 무려 10년간이나 유효했다. 그러나 옥스퍼드 대학의 우주 생물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마틴 브레이저는 쇼프가 암석을 오독했음을 밝혀냈다. 결국 쇼프의 타당성은 사라졌다. 브레이저는 또한 쇼프가 자신에게 유리한 지질학적 증거만 골라 내놓았으며 과학적 사기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 해 우주 생물학 학회에서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공개 논의했다.
생명의 기원과 외계 생명을 연구하는 수백 명의 연구자들 앞에서 브레이저와 쇼프는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며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승리는 브레이저에게 돌아갔다. 오늘날 이 분야 연구자들 대부분은 쇼프의 암석 표본이 초기 생명체의 증거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쇼프가 주장한 유형의 생명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윈이 초기 생명은 따스한 작은 웅덩이에 살고 있었을 거라고 추정한 지난 1870년대 이후, 이 연구 분야에는 연구자의 수만큼 많은 이론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그 이론들을 크게 구분해 보자면 육상형과 해양형으로 나눌 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해양형 이론을 좀 더 선호하는 경향이다. 해양형 이론에 따르면 생명은 심해의 열수분출공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구 속에서 뿜어져 나온 매우 뜨겁고 광물이 풍부한 물이 생명을 피어나게 하고 유지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바다는 생명체를 초기 지구 표면에 많이 쏟아졌던 유성의 타격이나 치명적인 태양 자외선으로부터 방어해 준다. 그리고 열수분출공은 수소 가스와 황, 철 등의 광물의 형태로 생명체가 소비할 에너지도 공급해 준다.
마이클 러셀은 캘리포니아 주 파사데나의 제트추진연구소에서 행성 화학 및 우주 물리학 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이 연구단의 임무는 우주에서의 생명체 탐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러셀 역시 해양형 학설을 더 선호한다. 그는 특정한 열수공에서 나오는 알카리성물이 고대 지구의 산성 해수와 섞이면서 작은 전기화학적 전하를 만들어 최초의 생명체를 탄생시켰을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열수공은 생명체가 살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이런 류의 시나리오는 광물 기둥을 만들어낸다. 이 광물 기둥은 간단한 화학물질을 작은 구멍 속에 모아 농축시킨다. 여기 갇힌 화학물질은 생명체에 필요한 기다란 고리로 연결될 수 있다. 그 다음 이들은 막을 형성하고, 에너지를 잡아두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전 코드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구성품들은 미생물을 만들고 이 미생물이 파피노가 바위에서 본 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육상형 이론가들은 해상형 이론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한다. 바다는 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생명체가 딛고 살 터전이 없다는 것이다. 독일 오스나브루크 대학의 생물 물리학자인 아르멘 물키드자니안은 “해상형 이론은 화학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주장한다. 시드니의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의 지질학자이자 우주 생물학자인 마틴 밴 크라넨동크도 그 평가에 동의한다. “해양은 극한환경으로 봐야 한다.”
밴 크라넨동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대신 신생 지구 표면의 염분 온천, 끓는 간헐 온천, 풍부한 기체가 생명 탄생을 위한 화학적 요람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것을 <화산 세계>라고 부른다. 여기서 시안화수소, 황화수소 화합물들이 담수를 모은다. 자외선을 받아가며 물이 생겼다가 말랐다를 반복하면서 이 화학물질들은 자기 복제가 가능한 형태로 결합되고 결국은 유전자 코드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DNA의 구성품들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실험실에서 증명해냈다. 그리고 밴 크라넨동크의 연구팀은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의 옛 온천에서 35억 년 전의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
해양형 이론을 선호하는 과학자들은 생명체는 유전자 코드가 아닌 식량부터 있어야 산다고 반박한다. 사람들도 신진대사 작용이 필요하고 에너지가 있어야 유전자 비슷한 거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육상형 이론에서 말하는 화학 물질들(특히 시안)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러셀은 “햇빛을 받은 유기물 분자로부터 생명이 나왔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로켓의 엔진이 없는데 어떻게 유도 체계부터 먼저 달고 로켓이 날아가기를 바란단 말인가? 연료와 엔진부터 해결이 되어야 한다.
연구에서는 모두가 전문가고 혹은 모두가 전문가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물리학자, 생화학자, 지질학자, 미생물학자, 대기과학자 등 모든 과학자의 역량이 다 필요하다. 모든 과학자들은 그들이 습득한 교육 내용도 다르고 전문 지식도 다르다. 러셀은 “물리학, 판 데르 발스 힘, 톨스토이가 자체 조직, 즉 생명의 탄생에 대한 의견, 모두를 다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생명 탄생의 순간에 대한 자료가 아무 것도 없다는 점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유일한 정보원인 암석은 나이가 지구만큼 오래됐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열과 압력으로 변형되었다. 아무리 정밀한 도구로 고대의 암석을 해석한다고 해도 쇼프와 같은 오류를 범할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진화 생물화학자이자 심해 열수공 이론을 지지하는 닉 레인은 “이곳은 지질학의 무법지대나 다름없다. 해석하기 힘들고 망신을 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라고 말한다.
고대의 단서를 분석하라
UCL 나노기술관에 있는 파피노의 작은 연구실의 폭은 아주 좁았다. 연구실 구석에는 캐비닛이 있는데, 그 속에는 꼼꼼하게 라벨 작업이 된 표본들이 있었다. 파피노가 전 세계에서 수집한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파피노가 보고 있는 현미경까지는 한 걸음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는 옆의 컴퓨터로 몸을 돌려서 화면에 현미경 사진을 띄웠다. 그 사진은 <네이처> 지에도 나왔던 암석의 확대된 내부 사진이었다. 그것은 마치 주방 싱크대 상판처럼 보였다. 회색 팔레트 위의 검고 흰 방울과 짙은 빨간색의 튄 방울이었다. 과학자들은 그 색과 모양만 보고 그것이 어떤 물질이며 어떤 과정을 겪어왔는지를 알 수 있다.
지질학 조사는 범죄 수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다만 지질학 조사의 경우 사건이 너무 오래 전에 벌어졌기 때문에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때문에 사건을 다각도로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증인 간의 진술이 일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여러 조사 결과가 일치할 경우 이론의 정확성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조사 절차의 첫 단계는 암석의 일부를 떼어내 빛이 투과할 정도로 얇게 절단하는 것이다. 그 다음 파피노와 도드는 흑연질 탄소를 찾기 시작했다. 흑연질 탄소는 과거 있었던 생물 물질의 흔적일 수 있다. 그들은 소금 낱알만한 장미 무늬에서 흑연질 탄소를 찾았다. 파피노는 컴퓨터 화면에 나온 희미한 표적 모양을 보여주었다. 가운데 부분은 짙은 적색 적철석의 점이 박힌 진주 회색의 석영이었다. 흰색과 갈매기 회색의 테두리가 석영을 감싸고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거의 완벽한 원형이다” 그는 생물체를 이루던 물체가 부패하면서 이 형상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부패하면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고 탄산염 광물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파피노는 흰 석영 배경을 구불구불하게 가로지르는 선홍색의 리본을 찍은 현미경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그와 도드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생명의 화학적 흔적과 함께 발견된 이것은 그들의 눈에 진짜 화석으로 보였다. 리본 또는 섬질관은 오늘날 심해 열수공 근처에서 사는 산화철 박테리아가 만든 것은 물론 더 나이가 적은 화석에서 볼 수 있는 것들과 비슷하게 생겼다. 이것은 더욱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이걸 현미경으로 보면 뭔가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작은 짙은 색 자국들이 실제 세포의 화석이라고 결론지었다. 구불구불한 리본은 세포가 배출한 노폐물이며 지질학적 변화에 따라 붉은 색 적철석이 입혀졌다는 것이다.
파피노와 도드는 확실히 하기 위해 더 젊은 화석과 물리 화학적 비교를 실시했다. 또한 표본 시험을 위해 다른 연구자들과 제휴했다. 파피노는 이미 경탄소와 중탄소 간의 비율 분석을 마쳤다. 생명체는 경탄소를 더 선호하는데 표본에서는 경탄소를 풍부하게 볼 수 있었다. 그와 도드는 마이크로 라만 분광법을 사용했다. 연구할 표본에 레이저를 발사해 갈라지는 빛의 스펙트럼을 보고 그 성분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또한 이들은 나노단위로 잘린 표본에 이온 빔 현미경을 겨누어 그 광물 성분을 알아내었다. 이들은 매번 흑연질 탄소, 또는 그와 연관된 광물과 생명의 존재를 나타내는 패턴을 찾아냈다.
그들이 이 논문을 발표하자 지질학계는 찬반양론으로 시끄러웠다. 많은 이들은 이들의 연구를 찬양했지만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제트추진 연구소의 우주 생물 지질 화학 실험실의 소장인 켄 윌리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이 연구자들은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정말 멋진 일을 해냈다. 그러나 그 해석을 확신하려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비판은 여전히 거세다. 밴 크라넨동크는 올해 <스트로마톨라이트> 라는 이름의 평판형의 다양한 유형의 화석 패턴을 발견한 것에 근거해 이렇게 말했다. “파피노는 확률을 높이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하나로 묶었지만 그렇다고 표본에 대해 바로 확답을 내리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섬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파피노의 견해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암석들은 너무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믿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파피노와 도드는 자신들도 그런 점을 모두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그들이 본 현상은 비생물학적 화학 작용에 의해 일어났을 가능성도 분명있다. 그러나 원시 생명체가 없다면 그들이 본 모든 현상들이 동시에 나타났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도드는 “초기 생명 연구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우리는 연구가 논란에 직면할 것임을 늘 알고 있다. 우리 연구는 결코 사소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더욱 오래된 생명의 역사
생명 기원의 문제는 빅뱅 이론만큼 화끈하거나 다윈의 ‘종의 기원’만큼이나 혼란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도 꽤 오래 가는 문제이기는 하다. 이 문제는 우리의 첫 시작, 우리 모두를 만든 유전 물질과 화학 물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파피노와 도드의 결론이 옳았을 수도 틀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가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 되어 미생물들이 번성하기 시작한 것 같기는 하다. 비록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의견 일치는 보지 못했지만 지구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을 하고 있다.
사실 생명의 탄생은 동 시대에 여러 차례 여러 장소에서 일어났을 수도 있다. MIT의 지질생물학자 탄자 보삭은 그런 견해가 완벽히 타당하다고 말한다. 이는 또한 다른 행성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화성에서는 과거에 생명이 태어났다가 지금은 사라졌을 수도 있다.
NASA의 화성 2020 임무는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화성 2020 로버에 마이크로 라만 분광계를 장착해 파피노와 도드가 연구실에서 실시했던 암석의 생물학적 흔적 분석을 일부나마 진행할 것이다. 이 임무의 프로젝트 차석 과학자인 윌리포드는 이로버의 분광계 시험에 누부악잇턱 표본 일부를 사용할 것이다.
언젠가 화성 또는 다른 곳의 암석에서 생명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지구의 생명이 독특한 것이라는 인식도 바뀔 거라고 파피노는 말하고 있다. 밴 크라넨동크 역시 그런 발견이 달에서 지구를 본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의 시각만큼이나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우주 속 인류의 입지에 매우 큰 충격을 줄 것이다.”
그 때까지 과학자들은 오지의 고대 암석에서, 생화학 연구소에서, 청정실의 현미경에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 있는 레인 실험실의 거품 이는 수조에서 늘 해왔던 대로 생명의 흔적을 찾을 것이다. 레인 실험실은 파피노 사무실에서 불과 한 블록 거리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다. 레인은 생명 기원 반응기를 만들어 생명 탄생을 일으킨 화학 반응을 재현하고자 한다.
현재는 쓰이지 않지만 이 실험의 첫 버전은, 마치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나온 것처럼 생겼다. 크고 지저분한 유리 원통 아래에 튜브 하나가 매달려 있다. 이 튜브의 일부는 마스킹 테이프를 사용해주름진 은박지로 싸여 있다. 아래로는 약간의 전선 뭉치도 튀어나와 있다. 작동되면 수소가 풍부하고 뜨거운 알칼리성 용액과 인산칼륨, 황화나트륨 등의 식염이 파이프를 통해 챔버 안으로 들어간다. 이것들은 이산화탄소, 철, 니켈은 풍부하게 녹아 있지만 산소는 부족한 산성 용액 속으로 들어가 거품을 일으킨다. 이 산성 용액은 약 40억 년 전의 지구 바닷물을 재현한 것이다. 몇 시간 후면 알칼리 용액과 산성 용액 속에 초기 배출 구조를 모방한 검은 튜브가 생기기 시작한다. 레인은 포름알데히드를 만든 적도 있었다. 포름알데히드는 복잡한 생화학적 물질로 가는 전구 물질이다. 그는 이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통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이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극소수다. 하지만 언젠가는 더 나은 실험 결과가 나오리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파피노와 도드는 지금도 계속 연구를 하고 있다. 여러 프로젝트 중, 이들은 암석과 화석 샘플을 프랑스의 싱크로트론으로 보내 3D X선 사진을 찍는다. 이 연구 결과는 현재 미생물 중 이 고대 미생물과 가장 가까운 연관관계를 지닌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줄 수 있다. 파피노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 이것들은 우리가 가진 가장 잘 보존된 미생물 화석이다. 최선을 다해 그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즉, 이 표본들은 현재 보유한 것 중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누군가가 더 오래되고 더욱 선명하고 더욱 놀라운 표본을 우연히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 연구 분야에서 뭔가를 입증하게 된다면 그것은 생명은 기회만 있으면 언제나, 어디서나, 신속하게 생겨난다는 것이다.
■ 말하는 돌
연구자들은 평범해 보이는 표본에서도 다양한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다.
사진 속 중앙에 위치한 암석과 비슷한 얇은 암석 조각을 분석하고 난 도미니크 파피노와 매튜 도드는 여기에 초기 생명의 증거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들이 옳다면 왼쪽의 짙은 색 방울은 숨어 살던 박테리아일 것이다.
이들은 가운데 이미지의 관 모양이 박테리아가 노폐물을 배출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믿고 있다.
오른쪽에는 백색 탄산염과 비둘기 회색의 석영이 적철석의 점이 찍힌 장미꽃 모양을 하고 있는데 파피노에 따르면 이는 생물체를 이루던 물질이 부패하면서 생기는 형상이라고 한다.
생명 기원 이론의 간략한 역사
by Mary Beth Griggs
고대 그리스
당대의 일류 철학자들은 시체에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보고 생명의 자연 발생설을 주장했다.
1871
찰스 다윈은 생명이 적절한 빛과 열, 화학물질이 갖추어진 따뜻하고 작은 연못에서 발생했을지도 모른다고 기록했다.
1908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생명이 혜성을 타고 우주에서 왔다는 범종설(포자설)을 널리 알렸다.
1920년대
알렉산더 오파린과 존 홀데인은 각각 유기화합물의 ‘수프’에서 생명이 태어났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1953
스탠리 밀러와 해롤드 유리는 물 속의 중요 성분에 전류를 통해 생명의 주요 구성 요소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1977
심해열수공 인근에 사는 작은 생명체들이 발견되어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학설이 꽃을 피웠다.
1986
월터 길버트는 RNA 분자가 결합, 분리, 진화하여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2006
오스트레일리아의 34억 년 된 암석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화석이 나왔다. 학계에서 인정된 가장 오래된 생명체 화석이다.
2009
지구 깊숙한 곳에서 탄소 기반 생명체의 기원을 찾는 심부 탄소 관측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2012
연구자들은 심해가 아닌 지열 연못에서 생명이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Kat McGo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