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광군제發 한중 관계 복원 본격화] 사드해빙 맞물려 곳곳 전지현 광고… 한국제품 매출 5위 선전

이랜드 매출 767억으로 39% 늘어 신라면세점도 30%↑

알리바바 하루새 28조원 팔아…작년보다 40% 껑충

225개국 주문량은 14억8,000만건…택배전쟁 예고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11월11일)가 끝난 11일 자정,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상하이 엑스포센터에 설치한 광군제 실시간 매출 전광판이 총 집계액 1,682억위안(약 28조3,078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알리바바의 광군제 매출은 전년 대비 39%나 급증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의 위상을 드러냈다.  /상하이=연합뉴스‘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11월11일)가 끝난 11일 자정,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상하이 엑스포센터에 설치한 광군제 실시간 매출 전광판이 총 집계액 1,682억위안(약 28조3,078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알리바바의 광군제 매출은 전년 대비 39%나 급증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의 위상을 드러냈다. /상하이=연합뉴스


“쓰(4), 싼(3), 얼(2), 이(1)!”

중국 상하이 엑스포센터에 마련된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쇼핑 행사인 광군제 미디어센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11월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행사를 지휘하기 위해 차려놓은 종합상황실에는 시계가 이날 0시를 가리킨 것과 동시에 광군제 매출을 표시하는 실시간 생중계 화면이 나타났다. 전광판에는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 사이트 티몰·타오바오 등을 통해 판매된 매출액이 솟구쳐 올라간다. 11초 만에 1억위안(약 168억원)을 넘어선 매출액은 28초 후 10억위안, 3분1초를 지나자 100억위안마저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액 기록인 1,207억위안은 13시간 9분49초 만에 깨졌다.


알리바바는 이날 하루 동안 전년비 39% 급증한 1,682억위안(약 28조3,078억원)어치의 제품을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해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합계 매출액(60억달러)의 4배가 넘는 254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의 예상치 1,500억위안도 훌쩍 뛰어넘었다.

자칫 바다 건너 이웃나라의 잔치에 그칠 뻔했던 이번 광군제는 최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해빙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한중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쇼핑이벤트이자 양국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지구촌 축제가 됐다. 특히 이번 광군제 할인행사 광고에 한류스타 전지현이 등장하면서 이번 이벤트를 기점으로 중국의 ‘금한령(禁韓令·한류금지령)’이 확실히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베이징 지하철에서는 전날부터 전지현을 모델로 등장시킨 광고가 시작됐다.

특히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한중관계 복원을 정상 차원에서 공식화하며 이 같은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양국 정상이 APEC 회담에서 만난 것은 양국 경제와 문화 협력의 본격적인 회복을 나타내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면서 “광군제 행사 이후 문 대통령의 예정된 방중이 연내 이뤄지면 그동안 사드로 큰 압박을 받았던 중국 현지진출 기업들의 숨통도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0시 광군제 개시를 기다렸던 중국인들은 대부분 새벽까지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30대 직장인 왕옌링씨는 “스마트폰과 생활용품 등을 구매하는 데 이날 하루 동안 5,000위안 넘게 지출했다”며 “미리 점찍어놓은 몇몇 제품의 경우 다른 제품을 쇼핑하느라 잠시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매진되는 상품이 많아 결국 구매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날 하루 동안 전 세계 225개 국가에서 이뤄진 주문은 14억8,000만건이며 배송은 8억1,200만건으로 지난해의 6억5,700만건보다 23.6% 늘었다. 쇼핑의 90%는 모바일로 이뤄져 모바일쇼핑이 대세로 굳어졌음을 확인해줬다. 행사 참여 브랜드는 14만개로 아디다스·P&G·지멘스 등 6만개 이상의 해외 브랜드들도 가세했다. 지난해 참여한 해외 브랜드는 1만1,000여개였다. 광군제가 끝나면서 중국은 한바탕 택배전쟁을 치르게 됐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의 광군제 판촉활동에 따른 11∼16일간 택배 업무량이 15억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 총거래액 기준 대비 판매 상위 국가에서 한국은 5위(지난해 3위)로 두 단계 내려갔으나 사드 보복 등 그간의 한중관계를 고려해볼 때 선전했다는 평가다. 우선 이랜드그룹의 중국법인인 이랜드차이나는 11일 광군제 하루 동안 온라인쇼핑몰 티몰에서 4억5,600만위안(약 7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달성했던 일 매출 3억2,900만위안(약 563억원)보다 39% 증가한 액수다. 이에 따라 이랜드는 광군제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3년 연속 부동의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면세점·온라인쇼핑 등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신라인터넷면세점 중국몰의 1~11일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의 광군제 마케팅 기간 실적도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었다. 5~11일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고객 매출도 전년 대비 11% 신장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온라인종합쇼핑몰인 현대H몰은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글로벌H몰’에서 발생한 광군제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96% 오르기도 했다. K뷰티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아모레퍼시픽은 11일 티몰 중국에서 약 3억8,700만위안(6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53% 성장한 수준이다.

광군제는 1990년대 난징 지역 대학생들이 ‘1’의 형상이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독신자의 날’로 부르면서 시작됐다. 광군제는 유통업계의 대박 행사로 자리 잡았지만 중국 당국은 독신자 증가에 따른 출산율·노동력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독신자는 지난해 기준 2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광군제 할인이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한 중국 소비자 관련 협회는 광군제 기간의 할인제품을 조사한 결과 실제 할인가에 판매된 제품은 전체의 27.8%에 불과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윤경환기자 hbm@sedaily.com

11


홍병문·윤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