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한국, 개방적 민족주의로 무장해야 산다"

현대문학 거장 조정래 작가 '우리의 현실과 미래' 강연

"정치 잘하면 5~6% 성장도 가능

권력 횡포 좌시않고 현실 직시를"



“분단된 약소국이 살아갈 방법은 개방적·타협적 민족주의뿐입니다.”

현대문학의 거장 조정래(74·사진) 작가는 최근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우리의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우리 민족 과제인 통일국가를 이루기 위해 우리식의 새로운 민족주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작가는 인류역사상 국가주의·민족주의는 항상 굳건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대국의 침략과 핍박을 받는 약소국은 생존을 위해 민족주의로 뭉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지식인들이 민족주의를 지탄하지만 우리가 추구할 민족주의는 20세기 전범국들이 추종한 배타적 ·파괴적·공격적인 민족주의가 아닌 개방적이고 방어적인 민족주의”라고 정의했다.

뼈아픈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은 그 고통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작가는 강조했다. 그런 역사관이 조정래를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조 작가는 “대학생 때 우리 민족이 왜 이같이 처참하고 비극적인 땅에 태어나 고통을 겪는지를 고뇌했는데 결국 한반도의 비극을 쓰는 것이 사명임을 깨닫고 작가를 길로 들어섰다”고 회고했다. 지난 1989년 완간된 ‘태백산맥’부터 ‘아리랑(전 12권)’ ‘한강’까지 10권짜리 대하소설을 세 번이나 집필한 이유를 독자들이 자주 묻는다. 조 작가는 “그때마다 ‘미련해서’라는 우스개로 넘어가지만 나의 소설은 민족의 삶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지금껏 글을 쓰는 내내 그 생각이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작가도 이념 갈등의 피해 당사자다. 1994년 한국전쟁참전총연맹 등 반공단체 여덟 곳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했고 그 후 11년 동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분단시대 진실을 말하기 위해 쓴 작품이 ‘태백산맥’”이라며 “1980년대 민주화 열망이 이어질 당시 빨리 ‘태백산맥’을 출간하라는 일반 독자들의 독촉 전화를 받았던 기억도 있는 행복과 불행을 함께 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민족·정의·진실을 표현하는 게 작가의 사명이라며 가장 감명받은 작품으로 알렉스 헤일리가 흑인노예의 가족사를 그린 대작 ‘뿌리’를 꼽았다. 조 작가는 34세 때 처음 ‘뿌리’를 접했을 때 경악했다. 흑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잘못된 보편적·우월적 시각을 헤일리가 한 편의 소설로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조 작가는 “작가가 한 민족·종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라며 “나 자신도 대한민국을 사랑한 작가로 훗날 평가받기를 소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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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까지 글을 쓰겠다는 작가는 차기작으로 국민에게 국가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주제로 한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치만 제대로 잘하면 5~6%대 성장도 꿈 같은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통일도 시기가 멀 뿐 반드시 이뤄낼 과제이며 이를 앞당기는 힘은 모두가 날카롭게 현실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력자의 횡포·부정불의를 좌시하지 않는 민주시민의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정래 /서울경제DB조정래 /서울경제DB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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