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에너지 수도로 불리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북쪽으로 1시간40분을 비행해 내린 오클라호마주 털사. 차를 타고 서쪽으로 다시 90분가량을 달리니 도로 양쪽 벌판으로 메뚜기처럼 생긴 석유채굴 장비들이 위아래로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국내 최대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 8일(현지시간) 처음 언론에 공개한 미 오클라호마의 셰일 유전 개발 현장이다.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와 그랜트카운티에 걸친 이 셰일 유전은 4만6,000에이커로 서울 면적의 38%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광활한 땅에서 108개 유정을 뚫어 수익성을 확보한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민간 기업 최초로 1983년 석유 개발에 뛰어든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6월 약 3,900억원을 투입해 이곳 셰일 유전을 사들였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35년의 석유 개발 경험을 자산으로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해외 셰일 사업장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직접 운영하면서 시추와 안전 관리까지 도맡고 있다.
가필드·그랜트 광구 사업권을 가진 SK플리머스의 안형진 부장(시추엔지니어)은 “올 들어 9월까지 7개 공을 새로 시추했다”며 “각각 수직으로 1,600m가량을 파고 내려간 뒤 셰일층이나 석회암층을 수평으로 1,600m 이상 시추한 후 물과 모래를 동원해 원유와 가스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년가량 노하우가 축적돼 땅 밑에 가로·세로 1마일씩 길을 만드는 데 한 달이면 충분하다”면서 “유가가 40~50달러만 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E&P)사업부 자회사인 SK플리머스는 108개 유정에서 하루 1,100배럴의 원유와 960만세제곱피트(SCF·6.000SCF=1배럴)의 천연가스 등 총 2,700배럴의 원유·가스를 매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셰일 유전마다 원유와 가스 생산 비중이 다른데 SK플리머스는 원유가 40%, 가스는 60%다.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지난 3·4분기까지 E&P 사업부문 영업이익이 1,372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이익을 넘어섰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57~63달러를 오가며 상승세여서 미 셰일 유전 생산 확대는 당분간 수익성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의 발전 계열사인 SK E&S 역시 오클라호마주 우드퍼드 셰일 광구에 3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49.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우드퍼드 광구는 미 셰일 사업의 메이저인 콘티넨털사가 운영권자지만 SK E&S의 유전 지대가 9만7,000에이커로 SK이노베이션보다 넓다. 두 회사의 셰일 유전을 합치면 서울 면적을 능가할 정도다. 우드퍼드 셰일가스 개발로 올해 1,5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SK E&S는 투자 및 생산 규모를 계속 확대해 2019년부터 연간 액화천연가스(LNG) 220만톤을 20년 동안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이를 위해 휴스턴 남쪽 멕시코만과 인접한 프리포트에 천연가스 액화 설비와 터미널 건설도 2019년 3·4분기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SK E&S는 우드퍼드의 셰일가스를 가격에 따라 현지에서 직접 판매하더라도 LNG 저장시설과 터미널을 이용해 현지에서 남는 가스를 저가로 구입한 뒤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을 줄이는 데도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종 SK E&S 미주본부장은 “2019년이면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가스의 개발 생산에서 액화 및 운송, 국내 수요처 공급까지 모든 사업영역을 커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석유·가스 개발을 총괄하는 최동수 SK이노베이션 E&P 대표는 “페루와 베트남의 석유·가스 개발 사업을 포함해 5억3,000만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확보했다”며 “미국 셰일 유전 규모를 1~2년 내 인수합병(M&A)을 통해 2~3배 규모로 확대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메이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터·프리포트=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