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 인사이드] 정부·국민 "친환경 나몰라"…가스실로 변한 인도 뉴델리

中 꺾고 세계 1위 대기오염國 눈앞

시민, 쓰레기를 난방 연료로 사용

중앙-지방정부는 협조 안 이뤄져

방진 마스크 없으면 못 다닐 판

인도가 ‘가스실’을 방불케 하는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 뉴델리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일 평균 기준치의 40배를 기록할 정도로 짙은 스모그가 북부 인도를 뒤덮으면서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지고 일부 항공기 운항도 중단됐을 정도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정부가 행정력의 허점을 드러내며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인도가 머지않아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나라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현지 영자매체인 인디언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미 유나이티드항공(UA)은 지난주 말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서 출발하는 인도 뉴델리행 항공편을 일시 중단했다. 항공사 측은 미국에서 12일 출발하는 항공편부터 운항을 재개했지만 “공공보건의 비상사태에 놓인 뉴델리 지역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뉴델리의 스모그가 운행중단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AFP연합뉴스/사진제공= AFP연합뉴스


뉴델리에서는 지난 7일 일부 지역에서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0㎍/㎥로 WHO의 일 평균 기준치인 25㎍/㎥의 40배를 기록하면서 시내 6,000여개 학교가 5일간 휴교하기도 했다. 인도 주재 미국대사관은 13일에는 바람이 빠르게 불면서 PM2.5 농도가 481㎍/㎥까지 낮아졌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WHO에서 정한 ‘위험(300㎍/㎥ 이상)’ 수준에 머물고 있다.

1415A11 인도


인도의 대기오염이 재앙 수준으로 심각해진 데는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부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 빈민촌에서는 아직도 태울 때 엄청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쓰레기나 가축 배설물을 난방이나 조리를 위한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며 미세먼지 대책이 겉도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일례로 델리 주정부는 뉴델리를 둘러싼 농촌 지역에서 추수가 끝난 뒤 논밭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재가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며 주변 주정부들에 도움을 청했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델리 주정부는 신생정당인 보통사람당(AAP), 펀자브주는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연방정부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장악하고 있어 정책적 협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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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가 공식석상에서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직 한 번도 해결 의지를 언급한 일이 없을 정도로 행정부가 대기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ABC뉴스 등은 당국이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중국과 달리 인도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점차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델리 주정부는 13~17일 차량홀짝제를 시행하려다 12일 이를 돌연 취소하는 등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출퇴근대책이 마련되지 않자 이륜차 등을 홀짝제에서 예외로 인정하려 했지만 환경법원이 11일 예외를 인정하지 말라고 판결하자 시행 자체를 보류해버린 것이다. 델리 주정부는 환경법원에 다시 출석해 제한적 홀짝제 시행의 필요성을 주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13일까지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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