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연금 삼성합병 찬성 '朴 지시' 인정

문형표·홍완선 2심도 유죄

朴·이재용 재판 영향 주목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위법하게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2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이들의 배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영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2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이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옛 삼성물산 지분 11.2%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문 전 장관에 대해 “조작된 합병 시너지 수치로 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의 합병 찬성을 유도했다”고 했다.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옛 삼성물산 주주에 불리한 합병비율 조정 등을 요구하지 않은 채 캐스팅보트를 활용해 얻을 수 있었던 국민연금의 추가 이익을 상실시키는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음을 적어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앞서 1심은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청와대의 지시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문 전 장관의 범행 동기였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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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뇌물 혐의로 각각 1심과 항소심 재판을 받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하며 삼성물산 합병을 비롯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지원하는 대가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제공에 합의했다고 본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성신약이 제기한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에서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함종식 부장판사)의 1심 판결이 또 다른 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고법 판사는 “다른 재판부의 판단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해당 판결문이 증거로 제출됐을 때 재판부 심증 형성에 참고자료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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