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가 유럽 원정 참패 이후의 국내 평가전에서 2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11월을 마무리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의 복병’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대1로 비겼다. 지난 10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인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2대1로 누르며 7개월여 만에 승리를 맛봤던 FIFA 랭킹 62위의 대표팀은 이날 38위 세르비아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다시 한번 희망을 봤다.
이날 확인한 가장 큰 희망은 골키퍼 조현우(대구)였다.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는 김승규(비셀 고베)지만 콜롬비아전 이후 훈련 중 당한 발목 부상 때문에 조현우에게 기회가 왔다. A매치 데뷔전. 그러나 조현우는 데뷔전답지 않은 안정된 수비로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
그중에서도 전반 25분께 나온 ‘슈퍼세이브’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눈부신 선방이었다. 아뎀 랴이치(토리노)가 페널티 지역 바로 밖에서 날린 프리킥은 제대로 힘이 실려 구석으로 날아갔지만 재빠른 판단으로 몸을 날린 조현우의 펀칭에 걸렸다. 조현우는 올 시즌 K리그 선방 횟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대표팀에 소집됐으나 늘 훈련 파트너에 머물던 그였다. 조현우와 김승규의 경쟁구도는 대표팀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르비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전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와 사우샘프턴 미드필더 두산 타디치 등이 빠진 1.5군급 전력이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웠다.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가 영입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라치오)가 후반 13분 역습 상황에서 내준 공을 랴이치가 자유롭게 밀어 넣었다. 우리로서는 미드필드에서 볼을 빼앗겼을 때의 수비전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긍정적인 것은 선제골을 내줬을 때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이었다. 한국은 실점 후 4분 만에 동점골을 넣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한 것.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상대의 가벼운 접촉에 휘슬이 울려 우리로서는 행운이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실점하자마자 눈에 띄게 빨라진 공격 속도를 칭찬해줄 만했다.
콜롬비아전에서 재미를 봤던 손흥민(토트넘)-이근호(강원) 투톱 대신 손흥민-구자철 조합을 선발로 내세운 신 감독은 후반 25분 구자철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했다. 콜롬비아전의 히어로 이근호는 나흘 전처럼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격진을 헤집으며 공간을 만들었고 손흥민은 시원한 유효 슈팅을 연거푸 날리며 3만560명의 홈팬들을 흥분시켰다. 콜롬비아전 2골의 주인공 손흥민은 경기 막판 연속 4개의 시원한 슈팅으로 세르비아 수비진을 위협하며 에이스의 품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1골 정도는 충분히 나올 만했다.
한국은 개인기 위주의 아기자기한 축구를 펼치는 콜롬비아, 그리고 그와는 완전히 다르게 선 굵고 거친 축구를 하는 세르비아를 맞아 1승1무(3골 2실점)를 거두며 내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풀 해법에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이다. 부상 이후 완전히 살아나 수준이 다른 볼 배급을 선보인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좌우 풀백 김진수(전북)-최철순(전북) 조합, 손흥민-이근호 투톱, 권창훈(디종)·이재성(전북)의 2선 등이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대표팀은 이제 일본으로 이동해 한해를 마무리한다. 다음달 8일부터 열리는 동아시안컵에서 중국·북한·일본과 차례로 스파링을 가진다. 국내파와 해외파를 총망라했던 이번 국내 평가전과 달리 동아시안컵 때는 국내파 등 아시아리그 소속 위주로 대회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