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충북 옥천에서 숨진 채 발견된 노부부가 음독자살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연합뉴스지난달 23일 충북 옥천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각장애 5급인 A(74)씨와 지적장애 3급인 B(57)씨 부부는 음독자살로 최종 결론 났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옥천경찰서는 15일 두 사람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이들의 체내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시신 부근에서 발견된 음료수병에서도 같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이들이 신병 등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지난달 20일 A씨 부부는 함께 집을 나섰고 사흘 만에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부는 당시 거주지 뒷산 잔디 위에 나란히 누워 잠이 든 듯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현장에는 이들이 먹다 남긴 것으로 보이는 음료수병이 발견됐을 뿐 죽음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슬하에 1남 3녀를 둔 부부는 딸 셋을 출가시킨 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들을 돌보며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아들이 세상을 뜨자 이웃과 왕래를 끊다시피 하며 은둔생활을 했다. 부부는 성치 않은 몸이었지만 아들의 유골이 묻힌 거주지 뒷산을 수시로 오가며 마음을 달랬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가 함께 숨을 거둔 곳 또한 아들의 유골을 수목장 한 곳에서 100ｍ 남짓 떨어진 장소였다.
경찰은 아들을 여읜 부부가 사무치는 그리움에 괴로워하고 자신들의 건강까지 악화하자 아들이 잠든 곳을 찾아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령의 나이에 장애까지 겹쳐 경제활동을 할 수 없던 부부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장애수당까지 25만원 남짓한 정부 지원금으로 어렵게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들은 “딸 가족이 가끔 드나들면서 두 사람을 돌봤지만 형편이 매우 어려워 보였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이웃들이 최근 옥천군에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요청했지만 딸들의 부양능력과 B씨 명의의 통장에 있는 약간의 돈 때문에 심사에서 탈락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수급자에서는 탈락했지만 두 사람은 차상위 계층으로 지정된 보호대상이었다”면서 “겨울이 닥치기 전 낡은 집을 고쳐주려고 계획을 세우는 데 비보를 접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