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기업들이 올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 2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이 위축되는 와중에도 비용절감 덕에 최고 순익을 기록했던 전년도와 달리 이번에는 매출도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외형과 실익 모두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실적개선의 일등공신은 지난 수년간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종합상사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가운데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자원사업까지 회복한 상사들이 전기전자 업체들과 함께 일본 기업의 매출 확대와 순익 증대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호조 속에 일본 경제는 3·4분기(7~9월) 전분기 대비 0.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7분기 연속 상승해 지난 2001년 이래 16년 만에 최장기 성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상반기(4~9월) 실적을 발표한 1,580개 기업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올 회계연도 상장기업 매출이 전년도 비 6%, 순이익은 17%씩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주춤했던 매출을 3년 만에 끌어올린 주역은 한동안 부진의 늪에 빠졌던 상사들이다. 과거 국내 유통 및 해외무역으로 수수료를 챙겼던 거대상사들은 2000년대 중반 자원개발에 뛰어들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지만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줄줄이 적자에 빠졌다. 지난 수년간 적극적인 사업구조 개편과 엔화 약세 덕에 비자원사업에서 실적이 개선됐지만 유가급락의 여파로 제로섬 게임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엔화 약세에 더해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철강생산의 원료인 철광석이나 구리 같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이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미쓰이물산의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31% 늘어난 4,0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미토모상사가 예상하는 순이익 증가폭은 60%대에 달한다.
여기에 반도체 등 전기전자 분야의 판매수량 증가 및 가격 인상 효과도 매출 증가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전기전자는 상장기업 전체 매출 증가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같은 기업들의 실적호조로 이날 내각부가 발표한 일본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환산 기준 1.4%를 기록하며 7분기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일본 경제의 성장세를 이끈 것도 수출이다. 내각부에 따르면 개인소비가 -0.5%를 기록하며 7분기 만에 하락했지만 1.5% 증가한 수출이 이를 상쇄했다. 내각부는 “아시아에 대한 전자부품 및 반도체 제조장치 수출과 미국으로의 자동차 및 자본재 수출 호조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기업 설비투자도 0.2%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민간소비 감소에도 수출 호조, 기업 투자 증가에 힘입어 GDP 성장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