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다주택자 임대사업 등록 안하면 불이익…‘소득공제 3분의 1 축소’ 검토

<'주거복지로드맵' 이달말 발표>

미등록으로 버틴다면

건보료 293만원 내야



임대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다주택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20%포인트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임대사업 등록이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세금압박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를 두고 “세금을 벌칙으로 쓰는 것은 조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임대시장 양성화를 위해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다주택자가 사업 등록을 하지 않으면 필요경비 공제율을 60%에서 40% 정도로 깎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처 간 협의를 마치면 이 방안은 이달 말 ‘주거복지 로드맵’에 포함돼 발표된다.


정부는 그간 임대사업자 등록 시 혜택을 주는 데 방점을 두고 정책을 검토해왔다. 등록하면 건강보험료를 깎아주고 등록자에 대한 기존 소득세·양도소득세 등 감면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들은 부처 간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다. 하지만 혜택 확대만으로는 임대사업 등록을 유도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근 미등록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집중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임대소득 2,000만원 이상인 사람은 인센티브 확대만으로 충분히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지금도 임대소득에 따른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대부분 내고 있어 사업 등록을 하면 감면에 따른 이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자다. 이들은 현재 비과세이고 건보료도 내지 않는다. 건보료는 기본적으로 과세소득에 부과하는데 2,000만원 이하는 과세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오는 2019년부터 과세되지만 이후에도 건보료는 면제될 가능성이 높다. 각종 소득공제를 거치면 과세소득이 작아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피부양자’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서다. 가령 임대소득이 2,000만원인 사람도 과세소득이 400만원으로 피부양자 조건인 ‘사업소득 500만원 이하’ 기준을 밑돈다.

관련기사



물론 사업자 등록을 하면 소득이 얼마든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건보료를 내야 하지만 합법적으로 피부양자에 머무를 수 있는데 굳이 등록해야 할 유인이 없다. 등록자에 대한 건보료 혜택을 아무리 늘린들 내지 않는 것보다는 못하다. 국토부가 2,000만원 이하 임대사업 미등록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이유다.

만약 국토부 안대로 필요경비 공제율이 40%로 낮아지면 임대소득 2,000만원인 사람은 과세소득이 800만원이 돼 건보료 부과 의무가 생긴다. 소득세도 높아진다. 이들이 미등록자로 버틸 경우 2,000만원 임대소득자 기준 1년 소득세는 112만원, 건보료는 293만원으로 총 405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반면 등록자는 감면 혜택을 거쳐 소득세 39만원, 건보료(50% 경감 시) 137만원 등 총 176만원만 내면 된다. 등록 시 이득이 확실히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공제 축소 불이익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세제 담당인 기획재정부가 반대의 뜻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대소득자를 조사해보면 수선비·유지비 등 필요경비는 60%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공제율 60%가 부당하게 높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임대사업 등록을 안 했다고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실질과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