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3·4분기 성장률은 1.4%로 7년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도 수출과 투자는 물론 소비까지 회복 국면을 보인다면서 올해 3% 이상의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
외형 수치는 호조를 보이지만 가계 소득과 직결되는 고용 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정부의 고용 확대 정책, 반쪽짜리 서비스 산업 활성화 대책 등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현재까지의 고용성과는 기대 이하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3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가 8월(21만2,000명) 20만명대로 떨어졌다.
◇정책 후폭풍…취약계층 타격=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아파트 경비나 청소업, 콜센터 등 사업시설관리 및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2만7,000개가 줄었다. 또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2만2,000명이 감소했다. 조심스럽지만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물론 통계청은 10월의 긴 연휴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업률은 3.2%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라갔다. 특히 청년 체감실업률인 고용보조지표3은 21.7%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청년실업률은 10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았고 체감실업률 역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층 취업자 수도 올해 6월 감소(-3만4,000명)로 전환하고서 이달(-5만2,000명)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로 줄었다.
◇“답은 서비스 산업 활성화인데…” 속앓이하는 정부=서비스 산업은 혁신성장 대책의 핵심이면서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의 근간이다. 하지만 이를 넣을 대책은 없다. 의료는 시민단체와 의료계·청와대의 반대로 꽉 막혀 있고 교육도 담당 부처의 반발에 대책 수립이 쉽지 않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의료 같은 민감한 부분은 모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서비스법 자체를 아예 자신들 이름으로 발의조차 못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야당 의원이 법을 내면 여당도 법을 내서 중재안을 갖고 심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새 정부 들어 제자리만 맴도는 서비스업 혁신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 방향을 잘못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서비스업은 매출 10억원당 고용효과를 나타내는 취업유발계수가 17.3명으로 제조업(8.8명)의 두 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1년 발의된 서비스법이 통과하면 오는 2030년까지 일자리가 최소 15만개에서 69만개까지 창출된다. 그럼에도 정작 서비스 산업 혁신은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더딘 규제개혁, 감감무소식 노동개혁…일자리에 역행=규제개혁 속도도 더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월 네거티브 규제와 혁신 제품과 서비스에 임시허가제를 도입하는 규제 샌드박스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만 해도 아직 적용 대상과 분야를 정하지 못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정부 건의를 위해 주요 업종별로 샌드박스 적용 대상에 대한 의견수렴을 마친 수준이다.
노동개혁도 감감무소식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2%로 내다보면서도 더딘 노동개혁을 경고할 정도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양대 축으로 내세운 혁신창업과 사회적 경제도 성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벤처육성특별법을 비롯한 본격적인 지원 방안과 관련 예산 집행은 내년부터 가능한데다 본격적인 벤처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1~2년이 아닌 장기간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81만개 공공 부문 일자리 확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2020년을 전후로 한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도 추진 중이어서 기업들의 부담은 이중, 삼중으로 커지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청년층 채용이 늘어나지 않는 데는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을 앞두고 있어 기업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일자리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박형윤기자 susopa@sedaily.com